아스타나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

갑분 한국어

by m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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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나 공항은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물론 내가 머물렀던 국제선 환승 장소가 유난히 작았을 수도 있다. 그나마 몇몇 있는 가게들은 불도 켜져 있지 않다. 환승 시간이 세 시간 정도라 딱 적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 크기면 한 시간도 괜찮을 것 같다. 간이 카운터 같은 곳에서 공항 도장을 받은 뒤, 환승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색하게 멀뚱 거리고 있으면 안내자가 와서 환승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환승하는 곳을 찾아갈 때도, 도착해서 핸드폰을 충전하려고 콘센트를 찾을 때도 조금 우왕좌왕했는데, 주변에 계시던 분들이 한국어로 도와주셨다. 정확히는 게이트 찾는 걸 도와주신 분은 에스토니아 분이었고 (서울대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신다고), 충전이 되는 콘센트를 찾아주신 분은 카자흐스탄 분이셨다. 안 그래도 혼자 헤매고 있던 애가 도움을 줬는데도 여전히 놀란 표정이라 놀라셨을 수도 있겠다. 물론, 한국에서만 평생 살고 있었던 2016년의 나는 국제 경험이 전무한 우물 안 개구리였다.


환승 게이트로 온 한 무리의 사람들은 나처럼 모스크바 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듯했다. 첫날 숙소만 대충 예약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뭐라도 사전 조사를 해야 할까 싶어 와이파이 연결을 하고 웹서핑을 시작했다. 조금 후, 도움을 주셨던 카자크 분께서 다시 내게 다가와 본인의 짐을 잠시 봐줄 수 있겠냐 물으셨다. 어차피 나는 같은 자리에 쭉 앉아 있을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다.


잠시 후 볼일을 보고 돌아오신 그분의 손에는 커피 두 잔이 들려 있었다. 짐을 봐줘서 고맙다며 커피 한 잔을 내게 건네셨다. 물론 모든 대화는 한국어. 비행기와 공항 안에만 있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사람 단 한 명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정말 그렇다.


게다가 환승을 기다리며 비슷한 일정으로 모스크바에 가는 다른 한국분까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방학을 맞아 나처럼 혼자서,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을 하려 한단다. 그래서 이것도 인연인데,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함께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하도록 했다. 기본적으로는 각자 지내면서, 같이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있으면 함께 방문을 하기로 하면서 모스크바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스타나 공항에서의 세 시간은 예상보다 훌쩍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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