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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Sep 23. 2021

독일인에게 케밥을 설명하다

주기적으로 되너 케밥(Döner Kebab)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주로 밥과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왠지 다른 것이 먹고 싶어질 때. 그렇다고 빵이나 묵직한 바이에른 음식이 먹고 싶지는 않을 때.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야채를 먹고 싶을 때. 아니면 그 짭조름하고 매콤한 맛이 그리울 때.


독일판 짜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를린의 대표 음식 (!) 되너 케밥은 독일 그 어느 곳에서도 인기가 많다. 성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학생 할인 되너' 메뉴도 있다. 끼니를 때우기에도, 늦은 밤 해장이나 파티 마무리로도 적합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야채 되너도 있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면 예쁜 카페처럼 생긴 되너 집도 볼 수 있다. 각 도시의 중앙역은 물론이고 시내 번화가에는 꼭 적어도 되너 집이 한 곳은 있다.


기본적으로 되너 집의 메뉴는 다음 세 가지다. 동그란 빵을 반으로 갈라 그 사이에 고기와 야채, 소스를 넣은 되너 (Döner). 얇고 둥근 빵에 내용물을 넣고 랩처럼 말아서 만든 뒤륌 (Dürüm). 구운 빵 빵 위에 매콤한 소스를 바른 뒤 고기와 야채를 넣은 라마춘 (Lahmacun). 재미있는 건 이 중 라마춘은 아랍 문화권의 음식으로, 정작 터키에 들어온 건 5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하루는 점심을 때우기 위해 집 근처 가까운 되너 집으로 갔다. 되너 하나와 라마춘 하나를 주문한 뒤 음식이 만들어질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서 메뉴판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조심스레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저기.. 뒤륌이 뭐예요? 되너랑 다른 게 뭐죠?"


곧 라마춘을 먹을 생각에 신나서 딴생각을 하던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누군가 케밥집 앞에서 나에게 말을 걸 것이라 미처 생각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독일 사람이 나에게 케밥에 대해 물어봐서였을까. 곧 정신을 차리고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되너와 뒤륌의 차이점을 이러하다고 아주머니께 설명을 드렸다.


"아! 그런데 혹시 아까 라마춘 시키셨죠? 라마춘은 또 뭐예요?"


이번에는 멍 때리고 있던 상태는 아니었지만 사실 내심 놀랐다. 독일에 사는 사람이 되너와 뒤륌, 라마춘의 차이를 모른다구? 독일에 단 며칠 여행을 왔다 간 친구들도 아는 걸?


물론 그런 생각을 한 티를 내지는 않았고, 간단하게 세 메뉴의 차이를 설명해드렸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주문한 되너와 라마춘이 나왔고, 아주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뒤 라마춘 하나를 주문하셨다.


따끈한 라마춘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 서울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일지라도, 한국에 있지만 잘 모르는 다양한 문화와 세상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나는 해외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뒤집어 오히려 한국 토종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농담을 하곤 한다. 하지만 분명 내가 평생을  고향이라 당당하게 말하는 서울에도, 2 3 여행으로 다녀간 어떤 여행객보다도 내가 훨씬 모르는 부분이 있겠지?


"말린 되너랑 터키식 버터밀크 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뒤륌(Dürüm)'과 '아이란 (Ayran)'을 모르는 사람을 놀리는 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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