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설탕을 뭐?
독일어에는 재미있게도 엉덩이와 관련된 표현이 많다. 한국어와 비슷한 독일어 표현이라고 몇 개를 모아서 소개해본 적도 있다. “엉덩이에 설탕을 불어넣다”라는 뜻의 “Zucker in den Arsch blasen”이라는 표현은 누군가를 과도하게 잘 대해준다는 뜻이다. 우리말로 하면 “오냐오냐 한다”라는 표현이 비슷할 듯.
지난달에 있었던 반기 성과 리뷰 Halbjahresgespräch에서 내가 받은 기분이 그랬다. 물론 우리 회사의 문화 자체가 치열하다거나 살벌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유한 분위기의 조직이다. 회사에 꽤 치명적인 실수를 한 팀원들에게도 “그럴 수도 있다”라고 다독이며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새로운 업무 과정을 만드는 식이다.
우리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리뷰 Mitarbeitergespräch는 연초에 한 번이다. 승진이나 연봉이나 복지 같은 것들은 다 이때 이야기를 하고 결정을 한다. 반기 리뷰는 부서마다 하는 곳도 있고 안 하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는 따로 준비할 것도 없었고, 정말 시간만 비워두고서 팀장이 준비해온 주제들에 대해서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내 HR 툴을 사용하기로 했는지, 연간 리뷰 때와 거의 비슷한 포맷에 내용을 미리 채워 넣어야 했다. 대신 정량적인 점수를 매기는 연간 리뷰에 비해 정성적으로, 주관식 답안처럼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방식이었다.
Leistung / Fachliche Kompetemz
이건 평가가 괜찮을 거라 스스로도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 연간 리뷰 때 나의 최고 강점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7월에 3주가 넘게 Vertretung (휴가 간 동료 업무 대리)을 했기 때문. 역시 예상대로였다. 업무량도 질도 좋다며, 이에 고맙다는 인사로 팀장이 칭찬을 시작했다.
Sorgfältiges Arbeiten
월간 평가도 좋은 편이고, 담당하는 캠페인 및 브랜드가 다 단순하지 않아 입사 이래로 쭉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팀 동료인 M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매번 면담이 있을 때마다 언급되는 동료인데, 이 회사에서 지금까지 나만큼 그와 문제없이 일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평소 교류가 없던 다른 팀 동료가 나를 “M과 일 많이 하는 사람”으로 인식할 정도였다. 사실 내 기준에서 그렇게 까다롭거나 어려운 사람은 아닌지라, 그에 대한 장점이나 칭찬을 더했다.
Projekte - besondere Aufgaben
나는 본 업무 외 두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이끌어가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하는 팀원이다. 내가 이끄는 프로젝트에 대해 그냥 떠오른 생각을 하나 제시했는데, 팀장이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며 회의를 잡아 진행시키라고 했다. 영어로 해야 할 것과 독일어로 해야 할 것이 있는데, 독일어로 어떻게 하지..? 덜덜덜
Entwicklung seit dem Jahresgespräch
일단 올해의 성과라고 한다면 독일어 B2 시험을 통과한 것. 그리고 승진과 함께 다른 동료들의 업무를 평가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일 년 넘게 회사 내 영어 수업도 듣고 있으며, Udemy와 Masterplan 등 회사에서 제공하는 다른 교육 역시 다양하게 듣고 있다. 팀장이 사내 교육 플랫폼인 otto Academy에도 재미있는 강의가 많으니 한 번 보라는 제안을 했다.
* 총평
나의 전 팀장, 현팀장, 부문장이 유난히 칭찬을 잘해주는 건지, 아직도 내가 독일어 뉘앙스를 잘 모르는 건지. 대화 내내 반복해서 너는 Goldwert (금의 가치??)다, große Stütze (큰 버팀목)다, 너 없이는 우리가 어떻게 이걸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등의 덕담을 들었다.
입사 몇 달 안돼서 했던 리뷰에선 칭찬 폭탄에 몸 둘 바를 몰라했는데, 이것도 뻔뻔함이 느는 건지 “허허허 gerne gerne ich dank euch auch” 하면서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