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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없이 살아보고 싶던 것

물건보다 경험

by mig

점점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문화적, 언어적 공통점도 없는 이 타지로 다들 뭔가를 원해서, 또는 기대해서 왔겠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독일로 온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문화나 언어에 흥미를 느껴서 오기도, 저렴한 학비에 이끌려 오기도, 장기적인 가족의 삶이나 본인의 커리어를 펼치기에 좋은 장소라 생각해 오기도 했겠지.


나는? 3년 전만 해도 독일어를 하나도 몰랐고, 이곳에서 살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 아니 그냥 관심이 아예 없었지. 이곳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라 저렴한 학비나 유럽 학생 신분이라는 이점을 누리지도 못했다. 커리어? 패션업이라는 면에서 봐도, 제조업이나 이커머스라는 면에서 봐도 독일은 그리 산업 선두 주자도 아니고, 독일인도 아닌 입장에서 독일 업무 경험이나 독일어가 이쪽 커리어에 큰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 내가 독일에서 살면서 얻고 싶은 것, 실현하고 싶은 것은 나의 학업이나 커리어상 이점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내가 살던 세상과 너무도 다른 이곳에서 일상을 보내면서 이전의 내가 가졌던 의문이랄까, 마음 켕김이랄까 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고 싶은 거다.


내 일상에서 "없이" 살아보고 싶었던 요소가 몇 개 있다.

1. 유명인 및 대중매체의 너무도 큰 영향력.

2. 소비로 자신을 나타내는 문화.

3. 위, 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여겨지는 것.


곧 있으면 독일에 온지도 3년이 된다. 반년이 넘는 락다운 기간이 포함이기에 새로운 모험이라고 하기에는 한국과 크게 다를 것 없다 싶은 생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바랐던 저 세 가지 요소는 충족된 것 같아서 편-안. 독일에 온 것이 시장에서 보는 나의 가치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부터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는다.


이에 더해 내가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데, 바로 가능하면 돈으로 즉각적인 해결방법을 찾지 않는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소비를 아주 안 하고 살 수도 없고,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재화보다는 경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어떠한 물건이나 증명서를 얻기보다 나에게 추억이 되는 경험을 택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권태감을 줬던 가장 큰 원인이 너무 소비에 치우친 생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 해결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이곳에서는 한국에 비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많은 용역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집수리나 자산 관리 등 큰 일을 해야 되는 경우는 없었고, 이 원칙을 적용하고 싶은 것은 여가 및 취미 활동이다.


쭉 살아왔던 습관이 한 번에 바뀌기는 어려워서,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기면 바로 돈을 내고 배울 수 있는 강좌는 없는지, 입장료를 내고 가서 몇 시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없는지 찾아보게 되곤 한다. 그때마다 "내가 여기서 살고 싶은 삶이 뭐였지?" 하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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