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마이애미 공항을 내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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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로 오는 길은 험난했다. 세 시간 여유를 두고 각각 비행기 티켓을 따로 샀는데, 헬싱키 출발 편이 두 시간이나 연착을 해버린 것. 도착할 때가 되어서 승무원을 불러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항공사의 connecting flight가 있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미리 일찍 내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큰 공항을 겁나 달렸다. 하지만 문제는 짐. 내 달리기 속도는 괜찮았지만 수화물을 받는 곳에서는 계속 내 짐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공항 직원들에게 내가 다음에 탈 비행기를 다 얘기하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키토행 비행기는 어디서 타냐고, 나 짐 나오자마자 들고뛸 건데 가능하겠냐고. 직원들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며 Concourse J로 가란다. 최근에 이렇게 열심히 뛴 적이 없었다. J는 하필 또 맨 끝에 있다. 열심히 뛰어가 보니 아직 카운터가 닫지는 않았다. 체크인을 하며 아직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거라며 들여보내 줘서 부랴부랴 들어갔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20분도 남지 않았는데 내 앞에 계신 분의 짐을 여러 번 검사하느라 나는 아직도 대기줄에 서 있다. 바로 앞에 계신 분이라 더 앞으로도 갈 수 없는 상태. 그래도 결국 내 순서가 되어 비행기 출발 전 탑승동으로 갈 수 있었다.
엄청나게 긴장했던 것에 비해 아직 비행기는 탑승 중이었다. 거의 출발 시간 10분 전이었는데도! 이후 중남미에서 10여 번의 비행을 하고 나니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스케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발 20분 전에 비행기 문이 열리는 것. 이 여유 덕분에 내가 무사히 키토 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고진감래라고 하면 될까. 비행기를 타고나니 양 옆자리가 모두 비어 있다. 덕분에 이불도 두 개 덮고 누워 자면서 엄청 편하게 왔다. 퀴노아를 곁들인 닭가슴살인 기내식도 맛있었다. 타기까지 고생했지만 타고나서는 제일 쾌적한 비행이었다. 끼또 Quito 공항에서 세 시간 정도 노닥거리다가 J를 만나서 시내로 들어가면 된다. 비로소 편하게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남미 여행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