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토 공항인데 친구가 안 왔다

분명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by m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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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리의 계획한 것은 이렇다.

나는 러시아와 핀란드 여행을 거치고, 친구 Y는 그동안 미국 여행을 하다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공항으로 오는 항공편을 타고 그곳에서 만난다.


그리고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것은 이렇다.

그 외 전부. (...)


공항 입국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커피는 비쌌지만 앉아서 편히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니 괜찮았다. 그렇게 네 시간 정도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입국 게이트에서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둘 다 해외여행을 할 때 로밍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와이파이에 의존해 다니기 때문에 도저히 서로 연락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친구가 타기로 했던 항공편은 이미 키토 공항에 도착했다는데?!


그로부터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야 비로소 상봉할 수 있었던 Y. 그런데 그는 옆에 어떤 남정네와 함께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미국에서 멕시코 시티를 거쳐 키토로 날아오던 Y. 하지만 멕시코 시티에서 그의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키토 공항 직원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Y는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 소통이 어려운 상황. 하지만 운 좋게도 비행기 옆자리에서 짧은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왔던 멕시코 화교 아저씨께서 스페인어로 상황 설명을 도와주셨다고 한다. 마침 Y는 여행 몇 달 전부터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괜히 중국어를 연습해보고 싶어 먼저 말을 건넸다고. 내가 러시아 언니와 수다를 떨며 날아왔을 때, 친구는 이분을 만났구나.


또 하나의 난관. 다음날 Y의 짐이 도착하게 되면 공항에서 우리가 머무는 곳으로 보내줄 것인데, 우리는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일단 키토 공항에서 만나자는 것만 정하고 왔다. 결국 그 멕시코 화교 아저씨가 방문하기로 한 친구분의 집 주소를 적고 나서야 비로소 입국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친절한 아저씨께서는 키토 시내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데? 그래서 호스텔을 찾는 포탈에서 검색해 가장 먼저 나온, 평이 괜찮은 숙소의 주소를 우선 불렀다. 친구를 공항에서 만나면 함께 여러 숙소를 검색하고 비교한 뒤 선택하려고 했는데. 우리는 얼떨결에 정확히 어디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숙소로 향했다. 우리 중남미 여행의 첫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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