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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29. 2018

29. 발리에서 만난 진짜 요가

진짜 요가엔 있고 가짜 요가엔 없는 것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발리에 다녀온 후 반년만의 요가였다. 요가를 망설이는 내게 친구들은 물었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뭘 그렇게 고심하냐고. 널리고 널린 게 요가원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냐고. 나는 말했다. 내가 해왔던 요가, 그건 진짜 요가가 아니었다고.


친구들은 또 물었다.


내가 하는 요가 그거,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하는 거냐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젓는 것도 아닌,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운동에 진짜, 가짜가 따로 있냐 싶지만, 따로 있다고. 그걸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알았다고. 그래서 지난 4년 간의 요가 경험을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한다고.


물론 동작이 다른 건 아니다. 필라테스, GX 요가, 숱한 요가원에서 배웠던 가짜 요가는 진짜 요가와 물리적으로 한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움직임의 밑바닥이 다르다. 그 움직임을 시작하게 되는 출발점이 다르다. 가짜 요가엔 없고, 진짜 요가엔 있는 것. 이 단 하나로, 모든 행동이 요가가 되고 또 요가가 되지 않는 것.


바로 '나 자신'이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구성된 요가는, 어떤 사람이든 닿고 싶어 하는 이상형이 있다. 이상적인 형체. 그래서 우린 참고, 버티며 그 단계를 위해 살 떨리는 시간을 보낸다. 갖고 싶어 하는 몸을 그리며, 매트 위에 뚝뚝 떨어지는 땀을 바라보며, 바들바들 떨며. 4년 간, 이런 고통의 시간을 경험하며,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유연한 몸을 갖게 되었지만, 그것이 유연한 마음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도리어 유연한 몸을 갖기 위한 시간은, 내게 경직된 사고를 하게 만들었다. 반드시 버텨야만 하고, 반드시 견뎌야만 하고, 반드시 참아야만 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현재 나의 외면을 자책하며, 언제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외면을 바라보는 것. 지금의 나를 외면하고, 미래의 나를 기다리는 과정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감정의 반복이었다. 결국 목표 몸무게와 목표 체형에 도달해서도, 나는 만족하지 못했고, 지속된 자책은 결국 인내심을 바닥나게 만들었다.



사람마다 올바른 자세는 달라요
체형이 다르니까요


발리에서 요가 수업을 들을 때, 그들은 먼저 나에 대해 물었다. 평소에 어디가 아픈지, 잠은 잘 자는지, 몸의 무엇이 불편하다 느끼는지. 한 번 수업을 들었을 때도, 그들은 나에 대해 물었다. 힘든 자세와 잘 되는 자세, 힘들다는 건 유연성이 떨어져서 인지, 아니면 시도가 불가능한 영역인지. 눌러줬으면 좋겠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좋겠는지. 끊임없이 나에 대해 묻는 그들이 오히려 신기하기까지 했다.


지금 안 되는 게 아니에요
되어가는 중이에요


항상 바닥에 닿아야 하고, 엉덩이가 발꿈치에 닿아야 한다는 의무로 나를 누르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간신히 숨을 내쉬던 나의 모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의무가 사라진 자리에 자유가 생겼고, 여전히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으면서도, 고통을 조절하며 내려갈 수 있는 의지가 자리 잡았다. 나는 왜 내려가고 싶어 하지? 나는 왜 유연해지고 싶어 하지? 나는 왜? 물음표와 물음표와 물음표에 대답해가며 바닥을 손으로 더듬어갔다. 그리고 닿는 바닥은, 요가 매트이기도 했고, 또 나의 바닥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요가'라고 불렀던 모든 경험을 없는 걸로 하기로 결심했다. 그건 다이어트를 위한 몸놀림이었을 뿐, 요가라고 할 수 없으니까.


[다음 편] 발리, 어디서 요가할까? 2/3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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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발리에서 만난 진짜 요가
2 발리, 어디서 요가 할까?
3 한국, 어디서 요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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