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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May 05. 2018

30. 발리 핑크 히피가 하는 요가원

발리, 요가는 어디서 할까? 108 발리 2/5

사람들은 왜 발리에 올까? 발리에 있는 내내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답을 물었다. 아니, 사실 여행을 다니는 곳마다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길게 발리에서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유에는 만나는 지점이 있었다. 그건 간단했다. 

이대로라면 죽을 것 같아서


회식이 휴식인 줄 알던 상사로부터, 화장실조차 갈 수 없었던 회사로부터, 잘 때조차 쉴 수 없었던 세상으로부터 떠나온 사람들. 이 사람들을 바다에서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들과 함께하게 된 건 점점 늘어났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요가였다. 



요가 부부가 있던 덕에, 발리에서 다양한 요가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먼저 쿠타에 위치한 '요가 108 발리'.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쿠타의 요가원이다. 처음 이 곳에 갔을 땐, 누가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 조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중엔 자연스레 건너편 건물 앞에 스쿠터 대고 덜컹거리는 회오리 계단을 타고 올라갔지만. 


사실 발리엔 굉장히 고급스러운 요가원이 많다. 바다 앞에서 요가하거나, 숲 속에서 요가하거나 언제나 자연과 맞닿을 수 있는 그런 요가원들. 하지만 이상하게 내 마음은 요가 108에 가 있었다. 그건 바로, 돈 셀 때 가장 행복해 보이는 요가 선생님, 제시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염이 치렁치렁한 남자 선생님인데, 엄청 시크하게 지나가면서 몸을 툭툭 친다. 굉장히 불친절한 느낌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지점이 현재 내 자세에서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다. 


공간이 협소해 옆 사람과의 거리도 가깝고,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모두가 축축해지는 공간이지만 제시 선생님의 핑크 히피스러운 이 공간엔 항상 사람이 넘친다. 이른 아침,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자리가 없어 돌아가야 하면 말 다했지. 마음이 준비되면 몸이 따라온다며, 사람들에게 갑자기 가부좌 자세인 몸뚱이를 두 팔로 들게 만들어서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헛웃음 지었던 순간이 아직도 떠오른다. 끝까지 제시 선생님은, 우리 몸은 되는데, 머리 속에서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는 거라고 하긴 했지만. 현재는 제시 선생님 인도로 수련 가서 없다. 6월엔 돌아온단다.  


요가 108은, 발리에서 요가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멋있지도 않고, 있어 보이지도 않다. 숨 쉬는 것 같은 공간이다. 남은 없고 나만 있는 그런 공간. 평소에 요가를 해봤던 사람들에게 숨 쉬는 것처럼 발리에서도 일상 요가를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1회권은 우리나라 돈으로 1만 원, 10회권을 끊으면 8만 원이다.


[다음 편] 발리, 어디서 요가할까? 'practice bali' 편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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