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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un 02. 2018

세상에 생각하는 도구는 없다

사람을 도구로 대하는 너에게

언제까지 쓰실 거예요?


얼마 전, 이런 말을 들었다. 펜을 두고 한 말도 아니었고, 컴퓨터를 두고 한 말도 아니었다. 사람을 두고 한 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디자이너를 두고 한 말이었다. 턱 근육이 늘어진 듯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나는 그를 쳐다봤다. 사람을 도구로 보는 그를, 어떤 디렉션도 주지 않으면서 디자이너가 생각해낸 결과를 마치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그를, 일을 맡길 땐 생각하길 원하면서 다른 모든 과정에선 기계처럼 굴길 원하는 그를. 나는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만함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수도 없이 많았다.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한정적일수록 더욱 심했다. 세상은 변했는데, 자기들이 변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고. 오로지 말과 글로 표현하는 법만이 최고인 줄만 알아서 영상이나 디자인은 도구로 여기는 인간들. 자신들의 무능력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남들의 능력을 무시할 줄만 아는 신기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 


그 대화를 나누고 나서 그를 제외한 모두가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을 도구로 대하는 이 곳은 어떤 것도 이뤄내지 못할 거라는 결론이었다. 사람에겐 생각, 가능성, 시너지와 에너지가 있지만, 도구에겐 아무것도 없으니까.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일할 때만 생각하고, 그 외의 영역에선 생각하지 않는 일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독특하면서 평범할 수 없고, 화려하면서 심플할 수 없듯이,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믿는 너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생각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는 너가,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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