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행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한 시간에 한 번씩 눈을 떴다. 떠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지만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일의 시작이다. 평소와 다름. 평소와 다른 기상시간에 몸을 일으켜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지하철에 몸을 싣고 평소와 다른 곳에 가는 것. 어떤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순간들이 여행의 매력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이건 고역이다. 평소와 다른 시간에 평소와 다른 장소에 간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왜 자꾸 여행을 떠나게 될까. 방랑하는 나그네처럼 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부터미널 행 지하철에 몸을 싣기 위해 3호선을 기다리던 새벽 6시, 나는 불현듯 이 질문에 답을 하고 싶어졌다.
띡- 960원.
버스 조조할인을 처음 받아본 게 기뻐서도, 나 말고 아무도 없는 버스 안 묘한 승리감에 취해서도 아니다. 이런 건 술을 진탕 먹고 밤을 새운 다음 날, 집에 가는 길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버스를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다. 띡- 환승을 알리는 소리가 낯설다. 생각해보면 항상 이 소리를 들을 여유 없이 나는 게이트를 지나쳤다. 참새처럼 계단을 뛰어내려가 지하철 문이 닫히기 전에 몸을 집어넣고는 숨을 돌리는 일상이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지하철엔 사람이 꽤 있다. 내 앞엔 앞머리를 롤로 만 여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분명 출근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여자의 모습이 퇴근 때보다 더 지쳐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한참을 졸다가 교대역에서 내렸다. 저런 일상을 떠나기 때문에 여행이 좋은 걸까. 나는 어깨를 주물렀다.
이번 역은 남부터미널, 남부터미널 역입니다.
시침은 벌써 7시를 가리켰다. 남해행 버스는 10분 후 출발이다. 재빨리 표를 끊고 맨 뒷좌석 구석에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남해까지 4시간 반, 한숨 자고 일어나 이 고민을 마저하자고 졸린 눈을 끔뻑였다.
-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