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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Nov 24. 2016

우리, 친구로 지내자

우정은 사랑의 플랜비가 아니다.

가끔 연인의 관계를 끊으며 친구로 새출발하려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 앞에 서면 나는 묘한 짜증이 치미는 데 그건 내가 쿨하지 못해 친구로 지내지 못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과 선뜻 친구 하자는 네게 느끼는 배신감과 네 손을 잡지 못할만큼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슬픔과 이렇게라도 네 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뒤섞인 더러운 기분.


나는 알고 있다


친구로 지내고 싶은 마음도, 진짜 친구가 될 거라는 기대도, 친구가 되려는 노력도, 아무것도 없다. 너는 그저 동정하듯 아직 너를 사랑하는 내게 미안해서, 말할 뿐이다.  네 앞에서 싫다고 돌아서기만 해서 너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로 지내자는 말은 그냥 차이는 것보다 훨씬 사람을 비참하게 한다. 아무 대가없이 순수했던 우리의 사랑을 한순간에 동정심으로 위로해야 하는 싸구려 나부랭이 쯤으로 만들어버려서, 그리고 그러는 게 너라서.


나는 동정을 받기 위해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랑을 받기 위해, 아니 그냥 너를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만큼 아프겠지만, 처음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자꾸 네가 원망스럽겠지만 그걸로 되었다. 너는 친구를 운운하며 그런 나를 위한다 생각하겠지만 틀렸다. 네 말은 내 깊게 곪은 상처 위에 연고 한 번 바르지 못하고 고작 대일밴드 하나 성의없게 붙여놓는 것 뿐이어서 나를 나을 수도, 나을 리도 없게 만드는, 그래서 오히려 날 더 오래 아프게 만드는 이기적인 짓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친구로 지내자', 는 값싼 동정을 꺼내지 말자. 이도 저도 아닌 이름만 친구가 되느니 너를 고통스럽게 지워가는 사람이 되겠다. 아주 오랜 시간 너를 아프게 기억하다가 언제가 웃으며 얘기하게 될 그 날이 온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사람이 되겠다. 너를 어떻게라도 옆에 두고 싶은 마음에 평생 불쌍한 사람이 되느니 당장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되겠다.





그러니

친구로 지내자 같은

이기적인 말은 하지 말자.

우정은 사랑의 플랜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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