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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Nov 27. 2016

아이고 의미없다

그걸 알면서도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의미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게 참 웃기다. 산다는 게 인지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가 오롯이 같을 순 없다지만 그게 참 별나다. 아무 의미가 없는데, 내 인생에서 지나가는 행인 1이었던 사람들이 보고싶은 때가 있다.


고속터미널 역에서 얼이 빠져 지하철을 세번이나 놓쳤을 때 벤치 옆에 앉아준 아주머니, 천안 가는 기차 안에서 자꾸 울던 내게 휴지를 건네준 군인, 나주심야고속에서 허무한 인생에 대해 같이 얘기해준 할아버지. 요새 그런 사람들이 기억나는 걸 보면 나는  참 위로 받고 싶은가보다.


실연 당한 것도 아니고,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외로운 것도 아니면서.


그냥 살아있어서 괜찮다, 존재해줘서 고맙다, 그런 말이 듣고 싶나 보다. 소중한 이에게 듣는 특별한 위로 말고, 그저 지나가다 우연히 받은 사탕이나 꽃 한 송이처럼, 가볍게.


예전엔 이런 게 참 별로라고 눈 흘깃하고 지나갔는데, 이제는 그런 날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게 된다.  가벼운 게 마냥 나쁜 건 아니라는 걸, 옅은 위로가 의미 없진 않다는 걸, 먼 사이엔 넓은 공간이 있어 좋기도 하다는 걸 나는 알아가고 있다. 이제 과거의 나와 싸우는 건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그렇게 요새,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더이상 볼 수 없는, 알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 가을이 오면서 그리움이 왔는데 가을은 갔는데 왜 그리움만 남았을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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