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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Dec 13. 2016

좋게 좋게

넘어갈 순 없어요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하지 말아요. 그 말은 사람들의 입을 막고, 귀를 닫게 하는 이기적인 말이에요. 사람들은 이 말을 뇌까리며 나아간다고 믿지만 사실은 뒤쳐지는 길밖에 없는 말이랍니다. 좋게 좋게 넘어가긴커녕, 속은 썩어 문드러져 시궁창 냄새가 폴폴 나는데 겉만 그럴싸한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어요. 그러니 이제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하지 말아요.

사람이 마냥 좋을 수는 없어요.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노력하는 사람은 완벽하게 좋기만 할 순 없어요. 너와 나의 잘못을 애써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애써 숨길 이유도 없어요. 그러니 우리 그저 좋게 좋게 넘어가진 말아요. 당신이 그럴수록 나는 좋아질 수가 없어요. 차라리 힘들게 부끄럽게, 가끔은 피터지게 싸우는 게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것보다 좋아요.

그거 아세요? 슬프게도, 세상이 좋은 곳이라는 믿음이, 우리를 여기까지 몰아넣었다는 걸. 좋은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우리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였다는 사실을. 좋게 좋게 넘어가자, 우리 모두의 외면이 지금을 만들었어요. 그러니 우리 더 이상 좋게 좋게 넘어가지 말아요.


정말 좋아지기 위해선, 좋게 좋게 넘어가선 안돼요.

알아요. 당신이 왜 그동안 양보하며 살아왔는지. 다른 이를 배려했던 당신 마음을, 내가 조금만 굽히면 된다고 생각했을 당신 마음을 잘 알아요. 당신 뿐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어요. 미안해요. 남을 위했던 당신의 마음을 해치려는 건 아니에요. 실은 앞으로 당신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하는 말이에요. 이제 우린 알았잖아요. 모든 걸 좋게 좋게 넘어가선 안된다는 걸 배웠잖아요.


그러니 이제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하지 말아요.

정말 좋은 세상을 위해서 그래서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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