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back
솔직히 집에 가고 싶지 않다. 눈곱만큼도 그립지 않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왜 고민하고 있을까. 하루종일 온통 짜증이 났다.
이유를 대려면 수도 없이 많다. 표도 없고, 일도 많고, 몸도 안 좋으니까. 희망도 없고 기대도 없으니까. 내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일일이 설명을 해도 네 말을 이해 못하겠다, 고개를 휘휘 젓을 테니까.
가야하는 이유를 죽 적었다. 가기 싫은 이유도 죽 적었다. 가기 싫은 이유와 가야만 하는 이유가 같다. 가족이란 거 참 포기가 어렵다. 이제 쉬운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렵다.
사실 가서 엄마아빠 얼굴을 보고 말이라도 제대로 할 지 모르겠다. 감정이 복받쳐 끅끅 짐승소리나 내고 올 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서울 집 온수매트에 몸 지지고 불편한 구석은 내버려둔 채 편한 부분만 보고 싶다. 그런데 그럴수록 고개가 자꾸,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잡은 곳에 시선이 간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뭐 넘긴다고 넘겨지는 성격이 될 리가 없다. 아무리 화가 나도, 얼굴 보고 풀어야지, 호기롭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립지는 않고. 언제부터 팩 하고 토라져있는 성격이었나, 싶어 그리고 이대로라면 영원히 인생 혼자 사는 이기적인 기집애로 인식될까 싶어 간신히 집에 가기로 했다. 아 가기 싫다.
가족들 사이에서 내가 치뤄온 전쟁을 이야기하자.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그건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그들은 앞으로 나와 치뤄야할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까, 또 쓰잘데기 없는 기대를 품는다.
여차저차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나주행 버스에 올랐다. 언제 도착할 진 모르겠지만 언젠간 도착할 것이다.
아윌비백
터미네이터의 아놀드슈왈제네거처럼 멋있게 지껄이곤
용광로에 뛰어든다. 제길. 뜨겁겠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기집애,
투덜이 둘째 이야기도 윌비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