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막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뇽 Feb 16. 2017

너도 그 날이야?

나는 요새 그 날이야

20과 30 사이에, 옛말로 하면 약관과 이립 사이에 그런 시기가 있다더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좇으며 살아야 할지, 정작 살기 위한 어떤 힘도 본인에겐 없으면서 머리만 쥐어잡게 되는 그런 날이 있다더라. 어차피 이 고민에 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죽어버린 것처럼 비참해질까 봐 이도 저도 못하고, 우울의 심연에 잠기게 되는 그런 때가 있다더라고. 혹시 너도 그 날이야?


나는 요새 그 날이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말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걸고 또 걸다가, 어쩌면 그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어쩌면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같은 뜻일지도 몰라. 누구의 말처럼 십 년 후, 아니 오 년 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연결통로에 있던 아저씨들처럼 신문지 덮고 고린내를 풍기며 찬바닥에 주저앉아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게 나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어두운 상상을 하곤 해.


이 세상이 과정이야 어떻든, 선이 악을 이기는 곳이라고 믿어왔는데, 내 삶은 어쨌든 한 과정이니까 과정에서 악이 계속 선을 이기니까, 정말 그런 걸까 회의감이 들어. 꽤나 뚜렷했던 선과 악의 경계도 이젠 희미해져서 절대선이나 절대악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까. 내가 믿는 대로 사는 게, 답이겠구나 싶으니까 정작 아무것도 못 믿게 돼버렸어. 그렇게 나는 요새 그 날이야.


스무 살, 약관은, 젊은 나이, 서른 살, 이립은 뜻을 세우는 나이래. 그렇게 약관과 이립 사이에 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해. 언젠가 이 시기가 지나가겠지, 습관처럼 중얼거리지만 정말 지날 거라는 확신은 없어. 그렇게 믿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 믿는 것뿐이야.


이런 시기가 온대. 다 그런 시기인가 봐.


친구들의 말에는 하나같이 깊은 우울이 묻어나.  쏟아지는 한숨 속에서 이 시기가 영원일까 두려워하는 그들의 떨리는 눈동자가 보일 때가 있어. 앞으로 평생을 좌우할 것만 같은 우리의 선택이, 그 선택에 따른 무게가, 꽤나 무거워서 다들 지쳐 보여. 아니, 내가 지쳐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아무튼 요새 나는 그 날이야. 혹시 너도 그날이니?
매거진의 이전글 어디서부터 그려야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