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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Apr 03. 2022

프랑스 거봐! 마스크 벗으니까 바로 코로나 걸리잖아…



슈퍼 면역자인 줄 알았던 남편 김 차장이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3월 14일 프랑스가 의료시설과 대중교통만 남겨두고 실내와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후 지난 토요일 남편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진통제인 돌리프란을 먹었다.


학교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 학생들도 선생들도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모두 마스크를 벗은 채 활보하며 자유롭고 이젠 해방이다 싶은 파리지앙들이 활기차게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보며 한국 사람인 내 눈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은 걱정부터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던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솔직히 우리 가족 중 누군가 코로나가 걸린다면 아마 그 첫 번째는 저질체력인 내가 될 줄 알았는데,,,

세상에나, 그동안 아이들과 내가 독감에 뭐에 아무리 아프고 난리를 쳐도 끄떡없던 슈퍼 면역자인 남편 김 차장이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는 누구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남편도 잠시 식사 때만 마스크를 벗었을 뿐이라고 했는데 본인이 확진자인 줄 몰랐던 동료와 함께 식사를 했던 게 문제였던 것이다.


왜 항상 힘든 일은 한꺼번에 오는 걸까?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마자  바로 친구한테 어마어마한 독감을 옮아온 첫째 키위 군은 끙끙 앓다 결국 엄마인 내게 '토스'해 주고 겨우 나았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 착용 덕분인지 비염과 이런저런 각종 알레르기를 안고 사는 나는 용케도 그동안 이 무서운 '독감'을 무사히 피해 갈 수 있었는데 아들 덕분에 결국 걸려 버렸다. 거진 2년여 만에 독감으로 몸져누웠다.

오랜만이다. 기침아, 콧물아, 그동안 잘 있었냐...

나의 안부에 응답이라도 하듯 독감 바이러스는 내 온몸을 헤집고 다니는 듯 열과 몸살이 동반이 되어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 힘들었다.


키위 군은 몸살기만 있었을 뿐 3일 정도 앓다가 나았는데, 열이 너무 심해 아무래도 징조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나는 남편 김 차장과 함께 약국에 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다.


‘열나는 게 암만 봐도 코로나 같지?'


처음에 남편은 다행히 기침과 콧물만 좀 있을 뿐 다른 증상은 없어 남편은 그냥 감기 같아 보였고,

내가 코로나에 걸린 줄 알았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나는 음성. 남편은 양성이 나온 것이다.


막상 남편이 코로나에 걸려버리니 순간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남편을 어떻게 잘 격리? 시켜야 하는지부터,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그럼 남편 거랑 우리 거를 따로 해야 하나?

방은 따로 쓸 수 있지만 욕실과 화장실은? 남편이 사용한 후 다 소독을 해야 하나? 등등

정말 시시콜콜한 사소한 일상들이 하나하나 모두 신경 쓰이는 순간인 것이다.

파리 아파트들은 한국 아파트처럼 안방에 화장실이 따로 없고 온 가족이 하나의 욕실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이다.

한국 인터넷을 보니 식기며 빨래도 따로 하라고 했고 욕실과 화장실도 시간 간격을 두고 사용하라고 되어 있던데,,, 보통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남편의 증상은 아주 심하지는 않아서 자가격리와 소독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런 관리를 해야 할 내가 독감으로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진통제를 털어 넣으며 열이 나는 몸으로 식사 준비를 하고, 집안 곳곳 소독을 하고, 도저히 시장까지는 볼 수 없어 슈퍼에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을 배달 주문하였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시스템인데 프랑스가 그래도 코로나 덕분에 이런 편의 서비스가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남편은 본인보다 더 아픈 내가 끙끙대며 다니는 게 안쓰러운지 밥은 알아서 해 먹겠다고 했다.

남편의 손길이 닿은 주방기구며 뭐며 그럼 또다시 닦고 해야 하는데,,,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만 만드는 거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내 말에 남편은 섭섭했는지 삐진 것 같다.

조용히 격리 중인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제,,, 결국 막내 뭉치마저 코로나에 걸렸다.

아침에 학교 보내려고 깨우는데 열이 펄펄 나며 끙끙 앓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나한테 독감을 옮았나 싶어 일단 해열제 먹이고 약국에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다.

이런,,, 양성이 나왔다.


파리를 포함한 일드 프랑스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고 계절은 봄인데 쌀쌀한 기온 탓에 감기 환자도 줄줄이 생기고 있어,

학생들은 결석에, 제대로 수업을 못하는 선생님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말 버라이어티 한 ‘위드 코로나’이다.


나도 아직 감기로 아프지만  아빠와 동생이 코로나 확진자인 가운데서  아직은?  괜찮은 첫째 키위 군을 지키려

오늘도 난 집안 곳곳을 소독하고 다닌다.

하루 일과를 방역으로 시작해서 방역으로 끝내는,,,


키위 말로는 다들 아파서 그런지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학교에서 다시 마스크를 쓰는 학생과 선생들이 늘어난다고 했다.

프랑스 거봐라, 마스크 아직 벗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프랑스 코로나 현재 상황
지난 3월 14일부터 프랑스는 병원 및 대중교통을 제외 학교 포함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후 코로나 확진자 증가 추세. 지난 24시간 내 17만 건의 코로나 확진자 집계. 이로 인해 중환자실 포화. 하루 121명 사망자.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4차 접종을 하기 위해 조정 준비. 프랑스 정부 다시 마스크 의무화 고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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