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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Apr 09. 2022

Paris에 오면 메트로 6호선을 타야 하는 이유

시선이 흐르는 Paris 메트로 6호선의 매력

#1. 일상에 지친 내게 다시 파리의 매력을 일깨워 주는 메트로 6호선


파리에 사는 나에게 파리는,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것처럼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여행의 장소가 아닌 삶의 터라 그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매일이 비슷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 속에서 살다 보면 한국이나 여기나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나에게는 가끔은 현실 속 파리를 잊게 하고, 나를 다시 파리의 매력에 들뜨게 만드는 가장 '빠휘' Paris 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힐링 포인트가 되는 것이 몇 개 있다. 그것들은 이곳에서 내가 지칠 때마다 나를 위로하고 , 마음의 위안을 준다. 오늘 이야기할 메트로 6호선이 그중에 하나이다. 잠시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면 파리 메트로 6호선을 타고 목적지도 없이 가볍게 파리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메트로 6호선의 몇몇 구간들은 지상 고가로 연결되는데 파리를 방문하는 내 지인들에게 나는 메트로 6호선은 꼭 타봐야 한다고 추천한다. 왜냐면 지상 고가 선로를 달리는 메트로는 파리가 가진 매력을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는 황금노선이기 때문이다. 노을이 질 무렵 메트로 6호선 안에서 내다보는 파리의 모습은 정말 유혹적이다. 거기에 거리의 악사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 걱정 모두 잊고,,, 나는 음악에 취하고, 내 눈 안에 들어오는 에펠탑에 취한다. (아쉽게도 코로나 이후 메트로 안에서 연주하는 악사들을 보기 힘들다) 메트로 6호선이 비하켐 다리를 건너며 눈에 들어오는 센느 강변 위 에펠탑은 어느 때나 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해 질 녘의 파리 하늘과 센느 강의 물결을 헤치고 유유히 다니는 유람선들에서 나오는 불빛들의 하모니는 결코 시선을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순간이다.

출처 world in paris.com




#2. 찰나의 순간들이 다시 Paris를 찾게 되는 이유가 된다.


집에서 가까운 라모뜨 피케 La Motte-Picquet 역에 가면 6호선을 만날 수 있다. 역까지 걸어가면서 항상 마음속으로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을 하게 된다. 목적지는 없지만 메트로 노선 방향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이 달라지니 그날그날 맘이 내키는 방향으로 메트로를 탄다. 라모뜨 피케 역으로 들어가서 두 방향 중간에 서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비하켐 Bir-Hakeim 다리를 건너 오른쪽 센느 강 위로 보이는 에펠탑을 지나 아름다운 동네 파씨 Passy , 트로카데로 그리고 개선문을 갈 수 있는 샤를르 드골 에뜨왈 Charles De Gaulle Etoile 방향을 탈 것인지,

아니면 나씨옹 Nation 방향을 타고 앙발리드 Invalides 의 황금빛 돔을 보고 몽빠르나스를 지나 여러 정거장을 거친 후  Quai de la gare에 내려 탁 트인 강변 노천카페에서 센느 강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을 마실지...


메트로 6호선을 타면 시선을 잘 잡아야 한다. 아니면 아름다운 순간을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6호선을 타고 감상할 수 있는 파리의 명소들은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가지만 눈에 담은 그 모습들은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다시 파리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3. 추억의 장소로 이끄는 메트로 6호선


샤를르 드골 에뜨왈 방향으로 가는 날에는 가끔 파씨 Passy에 내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문화들을 접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쇼윈도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있다. 그리고 인스타 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진 맛집인 장소들도 많고 와인박물관, 메종 드 발자크 Maison de Balzac 등 볼거리도 풍성한 동네이다. 한참 돌아다니다 기분 내키면 트로카데로, 샤이오 궁, 에펠탑을 지나 샹드마르스 공원까지 걸어서 집으로 온다.




아니면 날씨가 너무 좋은 날에는 파씨까지 가지 않고 바로 비하켐역에서 내린다. 영화 인셉션 속 한 장면으로 유명한 비하켐 다리는 신혼부부와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로 알려져 늘 붐볐다. 요즘은 코로나로 여행객들이 줄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아래 우아하게 서 있는 에펠탑과 센느 강의 앙상블(ensemble 엉썽블)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하켐 다리에서 16구 파씨 방향으로 보면 오른쪽에는 센느 강 위의 에펠탑을, 왼쪽에는 15구 고층 주거 아파트인 보그허넬 Beaugrenelle이 보인다. 한인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사람들과 한국식당, 한인슈퍼들이 이곳에 많이 있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반가운 '한국말'이 자연스럽게, 자주 들린다. 역시 이곳도 밤에 보는 야경이 정말 멋지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센느 강 위로 떨어지고, 에펠탑 조명이 파리의 밤을 밝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괜히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며 감성에 빠진다.



보그허넬 쪽으로 이름도 예쁜 백조의 섬 L’Ile aux Cygnes으로 이끄는 산책로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주욱 내려가면 자그마한 '자유의 여신상'을 만날 수 있다. 백조의 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그곳은 내게 특별한 장소이다. 바로 여기서 남편에게 청혼을 받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훗날 그 남자가 나를 아프리카까지 데리고 갈 줄도 모르고 그날 바로 '예스'를 했으니....  :D





#4. 나를 ‘쉼’으로 안내하는 메트로 6호선


메트로 6호선의 나씨옹 방향을 타는 날이면, 내 눈은 바쁘다. 왜냐면 라 모뜨 피케 역에서 타게 되면 아차 하는 순간에 앙발리드 invalides의 황금빛 돔을 보는 순간을 놓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창가 자리를 못 잡으면 문 쪽에 서서 메트로가 고가를 빠르게 통과하며 안겨다 주는 앙발리드의 빛나는 돔을 보며 잠시 감탄에 빠진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정작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친다. 메트로가 고가선로를 달리는 동안 앙발리드의 황금돔을 찍고 싶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나는 매번 그 순간을 놓친다. 메트로 6호선 안에서 바라보는 앙발리드는  유독 황금빛 돔이 더욱 찬란하게 다가온다.



나씨옹 방향을 타면 무조건 Quai de la Gare에 내려 센느 강 노천카페를 가야 한다.

처음에 센느 강을 보고 너무 깨끗하지 않은 물에 실망했지만 예쁜 노천카페들과 강변에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을 보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이 배들은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곳들도 있고 밤에는 펍이나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도 있다. 결혼하기 전 남편과 자주 갔던 카페를 찾느라 헤매었지만 아쉽게도 문을 닫았는지 같은 배를 찾지 못했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그 자리에 늘 있을 줄 알았는데... 남편과의 추억의 장소가 없어져서 많이 아쉽다.



날씨가 좋은 날은 노천카페든 강변 둑이든 어느 곳에 앉아도 좋다. 파리지앙들 틈에 끼여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고, 무심히 센느 강변 둑에 털썩 엉덩이를 대고 앉아 푸른 하늘 아래 시원한 물결을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유람선을 보는 것도 꽤 낭만적이다. 그런 모습들이 나의 시야에 잡히고,,,  나는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 답답했던 마음에 '숨'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한참을 생각 없이 그저 센느 강을 바라본다….


살랑살랑 부드럽게 일렁였던 강가 바람이 다시 세차진 느낌이다.

이제 다시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메트로 역으로 향하면서 내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나의 고민이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뭔가가 속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파리의 고단한 삶의 내 힐링 포인트 '메트로 6호선'을 타고 한 바퀴 돌고 나면 늘 느끼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메트로 6호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의 시선을 잡는 메트로 6호선의 모든 순간들이 여러분의 시선에도 담겼으면 좋겠다.

짧은 여정으로 단시간 안에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단 하나를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그건 메트로 6호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봉 브와야즈! Bon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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