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또는 진실

PART1. 상처와 결핍

by 미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나를 두고 떠날 리가 없었다. 혹시 엄마에게 사고가 난 건 아닐까? 아니면 아빠가 엄마한테 큰 잘못을 해서 엄마가 떠난 걸까? 그날 이후로 ‘엄마’라는 단어는 우리 집에서 금기어가 되어버렸고, 나는 누구에게도 엄마가 떠난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다만 남은 가족들의 추측과 들리는 소문들, 그리고 내 상상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소문들은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잔혹했다.

첫 번째 소문은 엄마가 바람이 나서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났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소문은 엄마가 도박 빚을 지고 도망갔다는 것이었다. 설사 그것이 진실이라 해도, 어린 내 귀에는 닿아서는 안 될 말들이었다. 하지만 더 참기 어려운 건, 고작 그런 이유로 엄마가 나를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아이였는데, 왜 엄마는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엄마가 집을 떠나기 전, 집 안에는 자주 날카로운 소리가 오갔다. 아빠와 엄마의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싸움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가 더 크게 울부짖으면 이 싸움이 멈출까. 내가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 끝이 날까.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두 사람의 싸움은 내 마음에 선명히 새겨졌고, 결국, 엄마는 정말로 떠나버렸다.


엄마가 떠난 것 빼고는 나의 일상은 전부 그대로였다. 사는 동네도, 학교도, 친구도. 하지만 변한 것도 있었다. 조금은 극성스러웠던 엄마는 나에게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르쳤고,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라며 웅변학원에도 보냈다. 글쓰기 과외와 영어 그룹 과외 등, 엄마가 번 돈은 대부분 나의 교육비로 쓰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회에 참여하고, 학교에서 명예교사로 전통예절을 가르치던 엄마였다. 나는 그런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엄마가 사라진 이후, 나는 다니던 학원을 모두 그만두었다. 학교에서 엄마의 존재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어느 날, 구멍 난 양말을 신고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벌을 서야 했고, 실내화를 벗고 교실 한가운데 앉아야 했다. 그 자리는 수치스러웠다. 심지어 그날은 양말까지 해져 있었으니, 나는 그 자리로 가는 걸 거부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고집을 부린다고 더 크게 꾸짖었다.


그날, 집에 와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엉엉 울었다. 양말만 멀쩡했어도, 그깟 벌서는 것쯤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엄마만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절대로 나에게 구멍 난 양말을 신겨 학교에 보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엄마에게 바람이 났다느니, 도박 빚을 졌다느니, 그런 소문이 사실일 리 없었다. 하지만 진실을 모른다는 것은 끝없는 상상 속에 갇힌다는 의미였다. 엄마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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