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가족여행

PART 1. 상처와 결핍

by 미고

할머니는 집 나간 엄마를 찾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 없이 가족여행을 강행했다. 할머니는 어차피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직감하신 걸까. 아니면 여행이라도 가면 허전한 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믿으신 걸까.


할머니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막상 바다를 보니 기분이 나아졌다. 심지어 모래놀이를 하는 중에는 잠시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할머니가 바리바리 챙겨 온 음식을 먹고 나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그때 묵었던 숙소는 아담한 방갈로였다. 문을 열면 바로 작은 마당이 보였고, 방은 하나뿐이었지만 여럿이 눕기에는 충분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삼촌, 나와 동생 모두가 한 방에서 꼭 붙어서 잤다. 에어컨이 없어서 방문은 열고 잘 수밖에 없었지만, 바닷바람 덕분인지 덥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더위가 아니었다. 바로 여름 모기였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이 모기에 물릴까 봐 제일 안쪽에 눕혔다. 삼촌은 가장 문가 쪽에 자리를 잡고 자신이 모기의 희생양이 되겠다고 나섰다.

그때 삼촌이 알려준 ‘모기에 물리지 않는 법’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삼촌이 모기에 안 물리는 방법 가르쳐 줄까?”

“응.”

“일단 모기가 물려고 피부에 붙으면, 그때 온몸에 힘을 빡 주는 거야! 그러면 모기의 침이 딱! 부러져서 피를 못 빨아먹고 도망가거든. 그럼 다른 모기들도 만만하게 안 보지.”

“진짜?”


그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그때는 믿었다. 아마도 삼촌은 내가 엄마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아무 말이나 막 던졌던 것 같다. 그렇게 삼촌과 말도 안 되는 수다를 떨다가 잠에 들었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귓가에‘윙’ 소리가 맴돌 때마다 온몸에 힘을 잔뜩 줬다. 마치 온몸을 갑옷처럼 단단히 조여 모기의 침을 튕겨내려는 것처럼.


아침이 밝았고, 삼촌이 알려준 비기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그날 밤 모기의 가엾은 희생양은 삼촌이 아니라 나와 내 동생이었다. 어찌나 지독하던지, 가려움 덕분에 슬픈 마음조차 잠시 잊혔다.


엄마가 없는 첫 여행은 슬펐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나를 지켜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 가끔 이상한 말로 나를 재밌게 해 주던 삼촌, 나보다 8살 어린 가엾은 내 동생까지. 서로가 의지하며 최선을 다해 행복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나의 전부였던 엄마 없는 밤들이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갔다. 그 밤들이 익숙해질수록, 나는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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