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와의 전쟁
숙소 운영은 진상 손님만 없으면 참 평화롭다. 문제는, 진상 손님이 없으면 매출도 줄어든다는 거다. 그러니까,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 진상 손님도 감당해야 한다. 숙소를 처음 오픈했을 때, 나는 이 일이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었다.
벌레를 잡아달라는 첫 손님
첫 손님은 엄마와 고등학생 딸. 시험기간이라 학교 근처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학생이 무사히 시험을 잘 치르길 기도하며 안심하려는 순간, 엄마의 다급한 메시지가 왔다.
"제가 짐만 놓고 아이 학원 데려다 주느라 자세히 못 봤는데요, 엄청 큰 바퀴벌레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돌아오기 전에 잡아주세요."
숙소 오픈 전에 세스코 방역까지 완료했는데 벌레라니? 당황했지만, 손님에게 "그럴 리 없다"고 말할 순 없었다. 첫 손님부터 숙소 이미지가 박살 나면 안 되니까! 나는 급하게 마트와 약국을 돌며 벌레약을 사 왔고, 숙소 구석구석을 뒤지며 벌레와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후, 정체 모를 벌레 시체를 발견...
그날 이후, 나는 숙소 틈새를 실리콘으로 막고 방역을 더 철저히 했다. 그리고 손님을 위해 작은 초콜릿과 "시험 잘 보세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첫 손님은 무조건 잘 잡아야 한다. (벌레도 잡고, 손님도 잡고)
새벽까지 파티를 벌이고 간 단체 손님
연말이 되자 숙소는 단체 모임 장소로 변했다. 새벽까지 음악을 틀고 떠든 손님들이 있었다. 떠난 후 숙소를 확인하니, 의자는 부서졌고 그릇은 깨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쓰레기는 정리해두었다는 점. 다른 호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설거지도 안 하고 온갖 음식물 쓰레기를 방 안에 그대로 둔 경우도 많았다.
나는 에어비앤비의 에어커버(보상제도)를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여행객이었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가벼운 의자와 저렴한 그릇이었기에, 보상 청구 대신 좀 더 튼튼한 제품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비싼 소파나 침대였다면? 그땐 바로 보상을 요청했을 거다. 호스트에게도 ‘쿨한 태도’와 ‘선 긋기’는 모두 필요하다.
이불에 피를 묻히고 거짓말한 손님
이불을 피로 얼룩지게 하고선, "원래 묻어 있던 얼룩이 찝찝했다"고 컴플레인한 손님도 있었다. 나는 숙소 운영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게 침구 상태였다.
"이불 얼룩은 내 전문이다."
염색약, 화장품, 피, 주스... 수많은 얼룩을 지워온 경험상, 피의 상태만 봐도 새 얼룩인지, 오래된 얼룩인지 알 수 있었다. 청소 실장님도 "손님이 묻혀놓고 거짓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 증거.
방금 묻은 피는 과탄산수소를 뿌리면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이럴 때는 절대 양보하면 안 된다. 손님이 뭐라 하든, "숙소 위생은 완벽했다"고 단호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결국 손님도 더 말 안 하고 넘어갔다.
진상 손님이 거짓말을 하면, 과학으로 대응하자.
이럴 때는 절대 양보하면 안 된다. 침구 상태를 미리 사진으로 찍어 두고, 손님이 거짓 컴플레인을 걸어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답이다.
한밤중 급하게 입실하고 환불을 요구한 손님
밤 12시, 갑자기 일주일 예약이 들어왔다. "지금 당장 입실할 수 있나요?"
비수기라 숙소의 보일러는 꺼져 있었고, 미리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손님은 괜찮다며 입실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새벽 내내 메시지가 쏟아졌다.
"숙소가 너무 춥다. 보일러 고장 아니냐. 뜨거운 물은 나오냐. 언제 따뜻해지냐."
나는 걱정되어 밤새 대응했다. 다행히 숙소는 금방 따뜻해졌지만, 이후 게스트가 환불을 요청했다. 결로 현상이 발생해 창문과 벽이 습해졌다는 이유였다.
환기를 권했지만, 손님은 거부했고 결국 화를 내며 "법적 조치" 운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숙소 점검 결과, 문제는 전혀 없었다. 결국 나는 첫날 난방 문제로 하루 치 환불만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돌려주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나는 급하게 들어오는 당일 예약은 더욱 신중하게 받기로 했다.
결국, 진상 손님도 나를 성장시켰다
이런 손님들을 겪으면서 나는 더 단단한 호스트가 되었다.
✔ 손님의 모든 요청을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 반드시 숙소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둬야 한다.
✔ 비용을 청구할 땐 합리적이되, 손해 보지 않을 선을 지켜야 한다.
✔ 때론 쿨한 태도가 더 좋은 평가를 가져온다.
숙소 운영을 하다 보면 좋은 손님도 많지만, 황당한 손님도 있다. 하지만 그들 덕분에 나는 더 꼼꼼한 호스트가 되었고, 앞으로의 운영 방식도 더 똑똑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니, 고맙다. 나를 단련시킨 진상 손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