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느린 책스타그래머의 소소한 첫 성과, 서평단
책스타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책이랑 관련된 주제는 닥치는 대로 콘텐츠로 만들어 올렸다. 육아하면서 읽기 좋은 책, 1억 잃고 나를 일으킨 책, 등원시키자마자 다급하게 언박싱한 책, 남초회사 다니는 내 낼모레 40대 남편이 고른 책까지.
초반엔 릴스도 열심히 만들었고, 조회수 1만 넘긴 영상도 있었는데… 팔로워 수는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올린 콘텐츠는 책 이야기라기보단, 책 주변 이야기였다. 책을 빙자한 일상 콘텐츠.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진짜 필요한 책 이야기를 해보자. 그런데, 또 막막했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들은 이미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다 소개한 책들이었다. 게다가 방송 작가 시절, 책 하나 방송 내보내는 데 얼마나 신중했는지 기억나서 괜히 책 선정하는 데만 하루를 날려버린 날도 허다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고민만 하다가, 아이들 하원 시간에 쫓겨 오늘도 무사히... 육아로 마무리.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든 말든, 뭐라도 올리자. 누구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같은 책이라도 사람이 다르면 다른 시선이 나온다. 내 생각과 경험이 들어가면, 그게 곧 나만의 콘텐츠지 싶었다.
그렇게 느리게, 천천히 책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팔로워는 0명에서 시작해서 지금 90명. 아주 더디다. 하지만 나는 이 90명이 너무 소중하다. 조금만 더 하면 100명이다. 그날이 오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물론 한때는 '팔로워 수가 성과'처럼 느껴졌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숫자로 판단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구조, 내가 지치지 않을 방법을 먼저 고민하자. 숫자보다 중요한 건, 내가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니까.
물론, 부동산 임장 다니면서 도가니를 갈아 넣던 그 투지로 매달리면 성장 속도는 좀 달라지겠지. 근데 이젠 그러고 싶지 않다. 그때 나는 돈은 벌었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며 병들어갔던 그 기억을 또 반복하고 싶진 않다. 솔직히 이쯤 되면, '느린 성장 핑계 대는 빌드업'이라고 눈치챈 사람도 있을 텐데... 맞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임대인이기도 하고, 자영업자다. 할 일이 많고, 신경 쓸 일은 더 많다. 그 와중에 책 읽고, 글 쓰고, 콘텐츠 올리는 것 자체가 나에겐 기특한 일이다. 가끔은 집안일도 그냥 포기한다. 그나마 남편이 협조적인 게 정말 감사하다.
그래도 이제 슬슬 수익화에 대한 고민이 밀려온다. 일단 팔로워 100도 안 되는 내가 현실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건 서평단이었다. 한 달에 책값으로 몇십만 원 쓰는 나로선, 책을 공짜로 받을 수만 있어도 절반의 성공이다.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지원했는데, 대부분 떨어졌다. 솔직히 은근 자존심 상했다. 한때는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 방송국에 가득했고,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책들을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 참 행복했었는데… 덕분에 나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당첨 확률이 높은 책만 콕 집어서 지원하기로.
그렇게 처음 서평단에 당첨된 책이 하지현 작가의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한가』였다.
무려 창비 출판사에서 100명 모집. 설마, 여기서도 떨어지진 않겠지. 정성껏 지원 사유를 썼다. 사실 확신도 있었다. 예전에 『공부중독』 방송 만들 때, 하지현 교수님을 실제로 만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을 위해 건국대 병원 연구실에 갔는데, 연구실이 진짜... 책으로 꽉 차있었다. 바닥에도 책이 쌓여 있었고, 필요 인력만 남고 나머지는 복도에서 대기해야 했다. 촬영이 끝난 후 교수님은 내게 뜬금없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해 주셨다.
저자에 대한 인연과 기대평을 지원 글에 살짝 녹여냈다.
그리고, 당첨!
스레드에 자랑처럼 올렸더니 스친들이 축하해 주었다. 이어 자신의 책도 서평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그렇게 또 하나의 책, 또 하나의 인연이 생겼다. 예전엔 책과 글쓰기가 직업이었고, 지금은 책과 글쓰기가 나를 다시 살리는 일이다. 팔로워 수보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 미고스토리 책스타그램 팔로워 100명 안에 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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