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결국 ‘이로운 글’이어야 한다
나는 주말에 종종 김밥을 사 먹는다.
어제도 매번 사 먹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주문했다.
그 김밥의 가격은 한 줄에 7,300원이었다.
스레드에 그 이야기를 올렸더니 반응이 재미있었다.
"강남 3구 사세요?"
"리치 언니네"
"김밥이 선 넘었다..."
물론 "먹을 수 있지, 요즘 세상에"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기심 어린 질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김밥이길래? 우리가 아는 김밥이랑 뭐가 다르길래?
세상이 많이 변했다. 사람들의 가치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김밥 한 줄에 7천 원이 넘는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조금 어렵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김밥집에 주말 아침이면 꽤 줄을 서야 한다는 거다. 주문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 김밥을 사 먹는다. 동시에 "어떻게 김밥이 그렇게 비쌀 수 있냐"는 의견도 상당하다. 좀 비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내가 사 먹은 김밥을 설명하자면, 일단 밥이 적게 들어간다. 탄수화물을 줄인 거다. 속재료 들은 기름에 조리하지 않았다. 먹고 나면 굉장히 담백하고 속이 편안하다. 그리고 맛도 좋다. 자극적이지 않은데 맛있는 맛. 그래서 계속 먹을 수 있는 맛. 다음에 생각나서 또 사 먹게 되는 맛. 내 아이들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맛.
그래서 나는 좀 비싸더라도 여기 김밥을 사 먹곤 한다.
비싼 걸 사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물론 가장 기본 김밥은 5천 원 선에서 사고, 그 이상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지 않았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7천 원이 넘는 김밥은 뭐가 다른지. 그래서 큰맘 먹고 사 먹었다.
사실, 좀 아쉬웠다. 맛은 훌륭했지만 가격대비 5천 원짜리 김밥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하면서 나는 음식과 글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원한다. 나에게 무해하고, 다음에도 또 만나고 싶고, 계속 생각나는 것. 그런 거라면 조금 더 비싼 값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 왜냐하면 그건 나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많이 생각한다. 음식도 건강하게 조리된 것, 깔끔한 것들을 찾는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내 몸이 더 소중하니까 충분히 돈을 지불한다. 나도 그렇다. 김밥 하나를 먹더라도 더 깨끗한 것, 더 내 몸에 좋은 걸 먹고 싶다.
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돌아봤을 때, 가끔 나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이야기 속에서도 위트가 있거나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런 건 완전히 쓸모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정말 반응이 없는 글들을 보면, 그건 그냥 쓰지 말았어야 할 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소비하지 않는 것들은 자신의 일기장에나 써야 한다.
특히 SNS상에서 댓글을 쓸 때는 좀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별로 의미가 없는 댓글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자신의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글. 나는 댓글도 자신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를 나타내는 댓글을 함부로 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나만 아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다 안다. 이것이 나에게 해로운 글인지, 이로운 글인지.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요즘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글을 받아들일지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다. 자기한테 필요한 글이 뭔지 안다. 아무리 김밥이 비싸도 나한테 좋으니까 사 먹는 것처럼, 자기한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걸 소비한다. 반대로 가치가 없는 것들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사람들은 이제 자극보다 진심을 원한다.
잠깐 강렬한 글보다, 읽고 나서 속이 편안한 글을 원한다. 다음에도 또 만나고 싶은 글을 원한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오래 남는 글을 원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조금 두렵다.
작가가, 쓰는 사람들이 이것을 인지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게. 내가 쓰는 글 한 줄 한 줄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게. 7,300원짜리 김밥처럼, 조금 비싸더라도 선택받으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글은 결국 나를 비추는 음식과 같다.
몸에 해로운 음식은 잠깐은 맛있어도 오래 남지 않는다. 자극적인 글도 마찬가지다. 순간의 관심은 끌지 몰라도 다음에 또 찾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작가의 책임은, 이로운 글을 세상에 남기는 일이다. 세상에 무언가를 남길 때, 그게 누구에게 이로운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이 글은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로운 글인가.
좋은 글은 읽고 나서 속이 편안한 글이다. 다음에도 또 만나고 싶은 글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5,000원이든 7,300원이든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김밥처럼.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진짜 가치 있는 글을 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