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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J Aug 05. 2022

외노자의 삶 1. 네가 선택한 생활

경고: 모든 선택에는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이 당한 인종차별이나, 사건 사고 등이 한국 인터넷 기사에 뜰 때면 댓글에서 꼭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누가 가라고 떠밀었나? 본인이 선택한 거지’ ‘호주 인종차별 심한 거 모르고 갔나?’

‘가고 싶어서 갈 때는 언제고 징징거린다.’는 식의 글이다.

맞다, 내가 선택한 것도 맞고 호주는 비교적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도 있는 나라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당한 부당한 일들과, 모욕적 언사가 당연하다  수는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한국이든 해외에서든 부당한 일은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적절한 처벌이나 예방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 세상 어디에서나 당연한 순리인데 외국에 나가기로 결심한 순간 부당하고 위험한 일들도 네 몫이라는 말은 참 잔인하다.


이미 내가 선택한 생활로 감수하고 있는 소소하게 불쾌한 일들도 꽤나 많다.

차 타고 지나가면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약인지 술인지에 취해 사람 많은 시티 중심에서 다짜고짜 욕하며 몸싸움을 거는 사람, 조카뻘 정도로 보이는 양아치 10대들의 삥 뜯기, 카페나 식당에서 직원들의 무례한 태도 등이다.


주말에 같이 일 하는 동생을 만나 기분 좋게 카페를 갔다. ‘The coffee club’이라는 호주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커피를 주문하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빙하는 직원이 우리 테이블이 주문하지 않은 음식을 가져왔다. 당연히 우리가 주문한 게 아니라고 말하니, 세상 불쾌한 표정으로 인상을 팍팍 쓰며 음식을 다시 가져갔다.

우리는 ‘아니 지가 실수해놓고 표정 뭐야?’라고 어이없어하며 넘어갔지만, 이후 호주인 손님들에게는 활짝 웃는 얼굴로 서비스하는 그 직원을 본 순간 주말 오후의 기분 좋은 커피 한 잔의 시간이 또 다른 인종차별 경험이 되었다.



호주에 있는 한인들 대부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돈만 많으면 가족, 친구 다 있고 말 통하고, 살기 편한 한국 가서 살고 싶다고…


나는 친구는 많이 없지만 가족들과는 비교적 친밀한 편인데, 사랑하는 가족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를 키워본 지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라는 말을 하는데, 30대가 되어 부모님을 보니 ‘한 달이 다르게 늙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있을  혹은 주어진 시간이 있을  잘해야 하는데 가까이 있지 못하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워킹홀리데이 세컨드 비자로 호주에 다시 입국한 지 5일 차 되던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카톡이 와있었다. 가장 빠른 비행기 편이 이틀 뒤 출발, 장례가 다 끝난 후에야 한국에 도착할 거 같아서 가족들과 상의 후 귀국하지 않기로 했는데, 평생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마지막을 배웅하지 못한 것과, 슬퍼하고 있을 가족들 곁에 함께하지 못했음 이 마음속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스펙, 영어, 경험 등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해외생활을 지속하게 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 다 감수하고 살되, 늘 좋을 일이 더 많길 바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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