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식의 현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과 통화 할 때 늘 듣는 말은 '밥 잘 챙겨먹어'라는 말과 '그래도 식당이니깐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지?' 라는 질문이다. 글쌔다 늘 우리는 때를 놓진 식사를 하고 지쳐서 대충 만든 음식을 먹는게 일상이다. 손님들은 우리가 만든 음식을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별점을 매긴다. 그런데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직원식을 사진을 찍어 봤지? 진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후 3시, 우리의 식사 시간이다. 가끔 자리가 모두 다 차있어서 앉을 공간이 없을 때 빈 기름통 이나 플라스틱 박스 위에 앉아 급하게 쪼그려 앉아서 밥을 해치운다. 아이러니의 정점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 가장 무성의하게 만든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 가끔은 그마저도 '대충 만들어서 대충 먹다가' 질려서, 아예 주방 한 구석에서 라면을 끓이거나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을 뜨거운 물에 부어 먹는다.
나는 직원식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밖에서 사먹거나. 진짜 먹고 싶은 게 생기지 않는 한, 나는 일하는 날에 내가 먹는 식사에 큰 관심이 없다. 요리사가 음식에 관심이 없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하루 12시간 음식을 만들다 보면, 먹는 것은 그저 연료 보급에 불과해진다.
하지만 유독 직원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있다. 주로 동남아 출신 동료들. 말레이시안 동료는 나시르막을 만든다. 닭 튀김과 밥. 자기 돈 주고 사온 소스를 곁들여. 태국 동료는 직접 사온 커리 페이스트로 매운 커리를 끓인다. 우리 주방의 닭고기, 그의 페이스트, 코코넛 밀크. 동서양의 식재료가 섞인 정체불명의, 하지만 맛있는 커리.
그들이 나에게 요청할 때는 주로 한식이다. 직원들이 어디서 본 (아마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올린) 한국 음식 사진을 보여주며 만들어 달라고 할 때가 있다. 남은 닭고기, 감자, 당근, 고추장.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그들도 가끔, 낯선 맛을 원한다.
우리는 늘 손질하고 남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트리밍하고 남은 연어 조각. 요리에 쓰지 못한 닭 날개. 시들어가는 채소들. 하지만 늘 맛있진 않다. 같은 재료로 계속 만들면 질린다. 솔직히 입맛에 안 맞을 때도 많다.
그럴 때 나는 컵라면을 먹는다. 또는 근처 푸드코트로 간다. 저렴한 면 요리, 이코노미 라이스(중식스타일의 백반). $6 이하로 해결되는 점심. 가끔, 정말 가끔, 돈을 모아서 괜찮은 식당에 혼자 간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사람도 붐비지 않고, 조용하다. 고요하다. 그 20분 동안, 나는 손님이다.
전 회사에서는 식당 한 곳과 계약해서 직원식을 주문했다. $2 이하의 식사. 정말 처참하고 형편없었다. 밥은 퍽퍽하고, 반찬은 정체불명이고, 국은 건더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늘 나가서 사먹었다. 우리는 식당 식재료를 밥 먹는 데 쓸 수 없었다. 회사 규정이었다. 식재료가 비치 된 주방에서, 우리가 손질한 재료로 우리 밥을 해먹을 수 없다. 이게 아이러니다. 우리가 만든 음식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재료로 못 쓰는 곳. 은근히 이런 곳이 좀 있다. 왜냐고? 원가 관리. 재고 관리. 누가 얼마나 가져갔는지 추적 불가. 그래서 우리는 $2짜리 도시락을 먹거나, 자기 돈으로 재료를 사오거나, 손질하고 남은 것들로 때운다.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가, 제일 형편없는 밥을 먹는다. 이게 직원식의 진실이다. 이게 요리사의 점심이다.
가끔 태국 동료가 팟크라파오를 만든다. 바질 볶음밥. 또는 꺼무양, 태국식 볶음밥. 나는 이 두 요리를 좋아한다. 그가 만들 때, 나는 꼭 한 그릇 얻어먹는다. "오늘 뭐 만들어?" "팟크라파오." "나도 줘." "OK, Chef." 그는 웃으며 한 그릇을 더 만든다. 우리 주방의 닭고기, 그의 바질, 생선소스, 칠리.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손님이 아닌 우리를 위해 요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