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경 Sep 10. 2023

화려한 유럽 취업이 말해주지 않는 사실

자유와 맞바꾼 기회 비용


브런치나 블로그, 유튜브를 보면 항상 긍정적인 유럽 생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워라벨, 자유로움, 그리고 여행 등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한국에 비해 워라밸은 정말 잘 지켜지고 유럽 직장생활에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내가 다니고 있는 독일 회사는 30일의 휴일이 보장되고, 40시간 대신 37시간만 주중에 일하면 된다. 또한 홈오피스도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회사 가기 싫은 나는 한 달에 한번 꼴로 회사에 간다. 그리고 독일이 아닌 타 유럽 국가에서 20일까지 홈오피스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여행하면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얼마 전에 방문했던 스페인 발렌시아

한국보다 많은 30일의 휴가가 보장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 주변국을 간다거나 2-3주 동안 아시아, 아메리카 등 장기간 휴가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병가를 쉽게 낼 수 있다. 이틀 동안은 의사의 소견서 없이 쉴 수 있으며 3일부터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물론 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항상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면 유럽 취업을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1. 돈

유럽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면 돈은 정말 포기해야 한다. Gehalt.de에 따르면 UX 디자이너 연봉은 49,000유로이다. 9월 9일 기준의 환율로 약 7천만 원이 넘는 연봉이다.

www.gehalt.de

연봉은 경력에 따라 너무나 다르며, 그리고 대기업일 경우 이보다 많고, 에이전시일 경우 조금 더 적다. 7천만 원이 많아 보일 수 있어도 사실은 함정이 있다. 우선 독일 연봉은 12개월로 나누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가 13,0-13,4로 연봉을 나눈다. 12개월 월급을 주고 그 나머지를 여름휴가나 크리스마스 휴가비로 준다. 아래 연봉인 49,000을 13,0-4로 대략 나누면 3700유로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악인 것은 세율이 정말 높다. 보통 세율은 싱글 기준 40-50프로 사이이다. 3700유로의 월급에는 추측건대 41-2%의 세금이 부과될 것이다. 참고로 세금 역시 주마다 조금씩은 다르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세금을 계산하면, 세후 2190유로가 통장에 들어올 것이다.

자 이제 월세를 계산해 보자. 흔히 아파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플랫 쉐어링(flat-sharing, Wohngemeinschaft)은 대도시 기준 보통 500-700 사이이다. 그리고 원베드룸 아파트 (2 Zimmer Wohnung)은 800-1300유로 사이이다. 물론 물가가 가장 비싼 뮌헨의 원베드룸은 1300유로보다 비싸다. 거기다 인터넷, 에너지, 방송수신료등의 공과금을 120-150유로를 더하면 적어도 고정비용으로 1000 정도가 나간다.


연봉 49,000유로

세전 월급: 3,700유로

세후 월급: 2190유로

고정 비용: 약 1000-1200유로


남는 금액: 약 1100유로


남은 금액 1100유로, 158만 원에서 한 달을 생활하고 또 저금을 해야 한다. 물론 고정비용이 정확하지는 않다. 내 경우에 회사가 전적으로 인터넷, 모바일 비용을 지원해 주고, 월세 역시 코로나 시기 이전에 운이 좋게 좋은 집주인을 만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750유로의 월세를 내고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락이긴 하지만 말이다. 원베드룸 대신 플랫쉐어링을 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저렴한 아파트를 구할 수도 있다. 독일에 사는 디자이너로서 확실한 것은 한국보다 훨씬 저금을 하기는 힘들다.


한 가지 말하지 않은 사실은....

유럽은 퇴직금이 없다.

그렇기에 회사를 그만둘 때 목돈을 챙길 수가 없다.


독일도 국민 연금이 고갈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면, 정년은 본인이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래도 자유로운 유럽생활이 좋아 보이는가?


2. 안 보이는 차별

외국인으로서 독일 회사는 개인적으로 안 보이는 차별이 있다. 물론 회사 자체가 백 프로 글로벌한 회사는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독일 회사는 독일의 관료주의에 어설픈 글로벌리즘이 얹힌 조직이다. 이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독일 대기업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기에 위의 관리위원회(Management board)는 당연히 백 프로 독일인이고 승진 역시 독일인들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좀 더 저렴하게 외국인들을 주니어나 중간단계의 직원으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이득인가.

게다가  https://www.destatis.de/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18%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https://www.destatis.de/DE/Presse/Pressemitteilungen/2022/03/PD22_088_621.html

그렇기에 독일에서 여성 그리고 외국인인 나로서는 차별을 많이 받았었다. 특히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에서 밀리는 것 과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있었다. 다른 외국인 동료들 역시 차별로 인해 회사를 많이 떠났다. 다들 인터내셔널 한 스타트업과 같은 회사로 가거나 아니면 독일을 떠나거나, 자기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경우를 보았다.



3. 짧은 직장생활

독일에서 길게 직장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니 흘러가듯 읽어주면 좋겠다. IT 직종 자체가 상대적으로 커리어가 짧다. 회사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디자이너 개발자들은 20-30대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나 역시 40대 이후의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그려지지 않는다. 회사생활을 오래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를 유창하게 잘해야 한다. 그리고 사내 정치 역시 중요하다. 독일 역시 한국 못지않게 사내 정치라는 게 존재하며, 나와 같이 언어가 서툴고 독일 관료주의 문화에 익숙지 않을 경우 사내정치를 잘할 수 없다. 그리고 나와는 맞지 않다.

    두 번째로는 독일은 해고가 쉽다. 이 말에 의아해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체감하는 것과 통계는 현저히 다르다. 독일은 수습기간이 6개월이다. 일단 독일에서 6년간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수습을 못 통과한 직원도 2명 보았고, 해고된 직원은 더 많이 보았다. 특히 회사가 작거나, 에이전시, 컨설팅일 경우 해고는 더더욱 쉽다. 해당 직원과 합의해서 해당 직원이 떠나는 대신 근속연수에 비례해 목돈을 챙겨준다거나, 해당 직원이 나가게끔 괴롭히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 경우는 작은 회사나 클라이언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에이전시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언어폭력 아니면 일부러 일을 아예 안 주면서 회사에 매일 출근시키거나, 아니면 코로나 기간에 혼자만 회사에 나오게끔 한다거나 등이 있다. 회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변호사를 고용하는 직원도 많이 보았고, 일부러 병가를 6주 동안 써서 회사를 안 나오는 경우도 보았다. 참고로 독일은 병가를 6주 동안 쓸 수 있으며 6주가 넘어갈 경우, 해당 일 수만큼의 월급이 차감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유럽 취업의 안 좋은 단면을 적어 보았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해외생활, 여행, 독립등에 더 많은 가치를 부과한다면 유럽생활은 당신의 삶을 더욱더 충만하게 해 줄 것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왔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유럽생활이 가져다주는 자유와, 해방감, 독립심을 더 소중히 여길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과 가치관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시련이 올 때마다, 그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었기에 유럽 생활은 나 자신을 더 강하게 단련시켜 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