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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경 Sep 26. 2023

다양성을 보여주는 나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사회 

올해 독일 여름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7월 초까지는 34도를 넘는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그 이후 몇 주동안 비만 왔다. 비도 자유 분방하게 왔다 안 왔다를 반복하였다. 그 덕분에 일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를 꾸준히 치기 어려웠다. 하루는 태니스를 치기로 코트를 예약했는데 테니스 치기 전까지 비가 갑자기 쏟아져 예약했던 클레이 코트에 물 웅덩이가 생겨 버렸다. 할 수 없이 물웅덩이가 없는 옆코트에 한 커플과 더블을 치게 되었다. 커플 중 여자분이 다른 테니스 회원들과 달리 면으로 된 긴팔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보통은 여름에 짧은 운동복을 많이 입는데 말이다. 그 여자분과 웜업으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보니 아뿔싸 왼쪽 팔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분은 테니스를 상당히 잘 쳤다. 물론 서브를 넣는 것은 약했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그 손으로 바로 서브를 넣어야 하기에 서브 실수가 많고 파워 자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을 정확하게 잘 던지고 리턴 역시 잘하였다. 추측건대 그 여자분은 아마도 어렸을 때 부처 꾸준히 태니스를 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그 커플과 한 테니스 매치는 비겼다.

장애인과 테니스를 친 것이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적을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한 손 없는 장애인이 테니스를 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또 못 칠 것이라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분이 테니스를 취미로 정기적으로 치는 것 역시 나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나 또한 장애인은 잘 못할 것이라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였다. 



함부르크 살 때였다. 함부르크에서 처음 살게 된 집은 플랫쉐어링이었다. 다른 2명의 독일 여자들과 아파트를 공용으로 같이 사용하였다. 그 아파트는 중앙역 근처에 있어서,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장을 보러 중앙역 안에 있는 에데카(Edeka) 슈퍼마켓에 자주 갔었다. 후에 중앙역 슈퍼마켓이 다른 데보다 조금 비싸다는 것을 알고 그 이후부터는 다른 슈퍼마켓에 가게 되었다. 독일 중앙역에는 대부분 슈퍼마켓이 있다. 이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중앙역은 항상 너무 바쁘고, 특히 중앙역 슈퍼마켓은 정말 바쁘다. 참고로 독일은 일요일이면 모든 슈퍼마켓이 문을 닫는데 유일하게 여는 슈퍼마켓이 중앙역점이다. 또한 다른 슈퍼마켓에 비해 밤늦게까지 한다. 손님이 끊임없이 오고 그렇기에 계산을 하려면 줄을 오래 서야 한다. 딴 얘기로 독일인들은 정말 줄을 오래 서는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아무튼 계산을 하려고 물건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는데 우연히 계산원의 손을 보게 되었다. 한쪽손이 말 그대로 뒤틀려 있었고, 그래서 물건을 스캔하는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고(물론 불평해서도 안되지만...) 참을성 있게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놀랐다. 내가 고용주라면 항상 바쁜 중앙역 슈퍼마켓에 계산원을 한쪽 손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봐라. 기차시간 다 되어가서 기차에서 먹을 스낵을 사거나, 아니면 일요일에 급하게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늘 빠르게 물건을 스캔하고 계산해야 하는 일에 한쪽 손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을 고용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하기로 결정을 한 고용주가 사실 난 존경스러웠고,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독일사회와 독일인들의 마인드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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