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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경 Jan 23. 2023

직업과 직종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내가 왜 IT 직종을 선택하게 되었는가?

2016년 영국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석사를 졸업할 때쯤 다른 석사 졸업생들처럼 구직사이트에서 검색을 시작하며 재취업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때 나는 그래픽 디자인 경력을 약 3년 정도 가진 디자이너였으며 석사에서 배운 것 역시 그래픽이나 영상, 약간의 웹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 정도가 다였다. 2년간의 석사 생활동안 한 가지 배운 것은 아무리 아시아인으로서 그래픽 디자인을 잘해봤자 유럽 출신의 그래픽 다지이너를 못 따라간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아라. 나는 한국인이었고 25년 넘게 한글이 넘치는 간판과 인쇄물을 보고 자랐으며, 영문 타이포그래피(글자 디자인)를 석사 때 잠깐 1달 동안 배운 게 다였다. 그에 비해 유럽 디자이너 학생들은 20년 넘게 길에서 너무나 잘 디자인되어 있는 포스터와 인쇄물을 평생 보고 자랐으며 심지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어, 네덜란드어, 영어 모두 언어는 달라도 기본은 알파벳이기 때문에 타이포그래피는 안 배워도 잘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리고 내가 석사를 다닐 때쯤 한창 한국에서 더치디자인(Dutch Design)이라고 해서 네덜란드 포스터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들이 유행하였고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이 유행의 흐름에 따르고 있었다. 더치디자인의 오리진(Origin), 기원은 네덜란드 아닌가? 아무리 잘해봤자 네덜란드 디자이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까? 왜 남의 나라 디자인 스타일이 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건지, 그리고 왜 우리나라 디자인 제품에 적용해야 하는지 등등 의구심이 점점 커지면서 그래픽 디자인은 내길 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구직사이트에서 "Designer"라고 검색을 해보면, 70프로 이상의 직업이 "UX Designer"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UI Designer"(인터페이스 디자이너) "Product Designer"(프로덕트 디자이너)이었다.  내가 한창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는(2012-2013년)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때 당시에는 패키지나 모션 쪽의 디자이너 수요가 많았다. 석사를 다니는 2년 동안 시장은 많이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디지털 시장을 보면서, UI/UX디자인은 앞으로도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석사가 끝난 후 인턴십과 프리랜서로 UI/UX디자인 경험을 몇 달 동안 쌓은 후 이쪽으로 진로를 틀게 되었다. 그때 내 나이가 30살이었고,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비전이 상대적으로 없는 그래픽디자인 분야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후로 쭉 UX Designer로 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잘 맞아 앞으로도 계속 이 쪽 분야로 커리어를 쌓을 예정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과 직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3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리고 시장을 보아라

직업과 직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리고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속한 디자인 분야를 보자. 자동차 디자이너, 인쇄물을 주로 다루는 그래픽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 서비스 다자이너, 모션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등등 수십 가지의 분야에 디자이너가 요구된다. 나의 성격을 보건대 나는 이 여러 분야 중에 UX/UI 디자이너가 가장 잘 맞는다. 첫 번째로 나는 진짜 덤벙덤벙 거리는 성격이다. 그 대신 누구보다 빠르게 고퀄리티로 일을 끝낸다. 예를 들면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른 이들은 일의 30프로를 한다면 나는 일의 70프로를 고퀄리티로 끝내는 성격이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른 이들은 95프로의 퀄리티를 내놓는다면 나는 90프로의 퀄리티를 내놓는 사람이다. 이 성격을 가지신 분들은 의상 디자이너, 자동차 디자이너, 인쇄물을 주로 다루는 그래픽 디자이너 등등 완벽함을 요구하는 디자인 직종이 안 맞을 수 있다. 이렇게 완벽한 성격을 요구하는 분야는 여러 번의 샘플 작업을 한 후에 수정이 불가한 완벽한 디자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에 비해 UX/UI 디자이너는 처음에 시장에 MVP 프로덕트를 (Minimum viable product) 내놓는다. 쉽게 말해 퀄리티는 현저하게 떨어질지 언정 최소한의 기능을 한다면 시장에 일단 내놓고 사용자의 반응과 시장의 상황, 그리고 비즈니스의 니즈에 따라 해당 제품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톡이 5-7년 전에는 전혀 다른 비주얼 디자인과 뒤쳐지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사용자의 피드백과 비즈니스 니즈에 따라 프로덕트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 결과 지금의 프로덕트를 여러분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UX/UI 디자인은 완벽함 보다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사용자의 니즈와 문제를 분석해서 디자인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덕트에 실수나 에러가 있더라도 상관없다. 다음날에 바로 수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버에 업데이트만 한다면 바로 수정된 프로덕트를 사용자는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개발을 생각해 보자. 자동차 개발과 다자인을 5년 동안 한 후에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는다. 그 이후 브레이크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콜을 해야 한다. IT프로덕트처럼 빠른 수정이 불가하다. IT 프로덕트의 빠른 개발 사이클은 내 성격에 잘 맞고 그래서 지금까지 UX/UI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 시장을 보면 수요가 높은 특종 직종이나 직업이 있다. 지금은 개발자가 수요가 높지만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인 2010과 2011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태크놀로지는 계속 발전하고 우리나라 사회도 계속 다르게 바뀌어 간다. 이런 변화가 빠른 사회에 가장 수요가 많고 또 많을 직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내가 잡 사이트에서 "Designer"라고 검색을 해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장을 파악하는 것은 첫 번째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아무리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도 그 직종이 본인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다. 


2. 컨설팅 회사와 에이전시는 20대에서 30대 초중반까지만 다니자

많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에어전시나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컨설팅 회사와 에이전시는 20대에서 30대 초중반까지만 다니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컨설팅 회사와 에이전시의 장점은 빠른 시간 안에 여러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여러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질릴 틈도 없으며 클라이언트마다 다른 작업 방식과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디자인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아래 3가지 이유로, 소제목처럼 컨설팅 회사와 에이전시는 20대에서 30대 초중반까지만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1)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주로 MVP프로덕트만 한다.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주로 MVP프로덕트(Minimum viable product)만 한다. 다시 말해 론칭을 위한 초기 웹사이트나 앱프로젝트를 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프로덕트가 성장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MVP프로덕트를 주로 디자인하고 개발하면 그 만의 어려움이 있지만 해당 프로덕트를 성장시키는 것은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상치 못한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데이터와 AB테스팅을 통한 사용자 분석, 비즈니스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그리고 오래된 코드로 짜인 기능을 새로운 코드로 다시 옮기기(Refactoring 하기)등 말이다. 

또한, MVP프로덕트를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해당 프로덕트가 시장에 론칭된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MVP 프로덕트가 클라이언트의 예산 삭감 그리고 바뀐 계획 때문에 시장에 론칭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덕트를 위해 일한 개발자, PO, 디자이너등은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정작 프로덕트가 사라지다니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에어전시와 컨설팅회사에서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인 클라이언트 쪽으로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2)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절대로 의사결정자(Never Decision Maker)가 되지 못한다. 영원히 을이다.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의 두 번째 한계는 그들은 절대로 의사결정자가 되지 못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다시 말해 클라이언트가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데 그것을 반박하거나 다른 결정을 하게끔 유도하는데 제한이 있다. 그 얼토당토 한 결정은 해당 회사 CEO나 경영관리진에서 나온 것일 수 도 있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정치질에서 나온 것 일 수도 있다. 그 근거와 이유를 그 누구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 주는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또한 프로덕트를 개발할 때 사용자, 시장, 비즈니스의 니즈와 문제를 반영해서 디자인해야 하는데 그 정보들을 리서치하고 조달하는 데에는 에이전시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정해진 예산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클라이언트들은 상대적으로 개발보다 덜 중요한(?) 리서치를 건너뛰거나, 기존에 있던 오래된 리서치 결과물을 주거나, 아니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정보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데에 있어서는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한계가 많다. 

마지막으로 최종 결정은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가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한다. 그래서 말이 안 되는 결정이더라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기가 한 작업인데 자기가 결정하지 못하다니 너무 아이러니한 거 아닌가.


3) 고용이 불안하다.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고용이 불안하다. 클라이언트가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를 고용하고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는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수에 따라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덕트 오너, 프로젝트 매니저 등등을 고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해당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를 중간에 자르면 거기에 속한 직원들도 부서나 팀을 옮기거나 최악인 경우는 부서 전체 직원을 자르는 경우도 있다. 유럽이라고 해서 한국보다 고용이 더 안정될 거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에어전시에서 일할 때에 실제로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직원들을 자르는 경우를 한국보다 더 많이 보았다.  

삼십 대 초반부터는 위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나이이기에 컨설팅 회사와 에어전시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면, 클라이언트로 옮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3. 대기업을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인 2011년도에는 취준생 대부분들은 대기업을 가고 싶어 하였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말이다. 카더라에는 대기업을 가야 나중에 외국계나 스타트업에 쉽게 갈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사실 대기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개인 한 명이 무엇인가를 바꾸고, 자신의 의견을 프로덕트에 녹아내기 까지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상당히 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이 사용자와 비즈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보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한 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일단 대기업 이후에 다른 좋은 기업으로 이직이 쉽다. 예를 들면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빅테크로 한 번에 이직하기에는 확률적으로 낮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기업에서 빅테크로 이직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쉽다. (절대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말이다�) 두 번째로는 디자인 외에 이해관계자 다루기, 프레젠테이션, 스토리텔링 등등 실무 외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많이 배울 수 있다. 실무 외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더 중요해진다. 에이전시나 컨설팅회사에서는 두세 명의 컨펌만 마치면 끝날 작업을 대기업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바탕으로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좌절감과 절망감을 극복하여 자신의 의견을 매력 있게 어필하고 피력시켜야 한다. 

세 번째로는 큰 규모의 회사는 데이터 분석, 유저 리서치 등의 기능을 인하우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고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능력 있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 절대적으로 모든 대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유능한 동료들은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이전시나, 스타트업보다는 대기업에서 일을 할 때 동료들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직업과 직종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이상 직업과 직종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3가지를 적어 보았다. 

이는 UX디자이너로서 일을 한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온 생각이니, 공감하신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종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직업과 직종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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