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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Dec 07. 2023

내가 독일형님과 쌩까는 이유 1

난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남이구나!

남편에게는 형이 하나 있다.

나와 동갑인 형은 3살 많은 와이프와 두 딸과 함께 시부모님  집 근처에 산다.

이 형은  남편의 부모님처럼 정이 많고, 다정하다.

아이들도 귀여웠다.

첫째 딸은 나의 딸과 동갑, 둘째 딸은 3살 어리다.


첫 만남 때 이 아이들은 날 너무 좋아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그녀, 아이들의 엄마는 날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내가 뭘 물어보면 대답만 하고 눈은 다른 곳을 응시했다.


남편 친구들도 많이 만났었고 , 남편 부모님도 뵈었고

그런데 이렇게 차가운, 나를 보따리 취급하는 여자는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했다.

영어를 못해서 자신 없어 그러나? 내가 이혼녀라 그러나?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시어머니와 이 며느리예전에도 마찰이 좀 있었다고 한다.


남편의 어머니, 나의 시어머니

이 분은 너무나 좋으신 분이다.

알게 된 지는 4년이 넘었고,

같은 지붕 아래 산 지는 2년이 넘었는데,

늘 항상 따뜻하고, 날 지지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그냥 너무 좋은 분이다.

심지어 나는 이혼하고 아이까지 둘이나 있는데도..



이런 분과 마찰이 있었다니..

누가 이상한 걸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독일은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다.

이 큰 아들부부는 양가 부모님과 식구들 모두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한다.

녀의 식구들도 그때 보았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내 눈엔 시부모님이 꿔다 놓은 보따리 취급받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첫째 며느리는 자기 가족들하고만 대화를 했고,

이 가족들도 자기들끼리만 깔깔거리며 놀았다.

(그쪽은 형제에 그 자식들 까지 숫자가 많았다)


그리고 이 며느리는 매 해 자기 자식들의 생일 때 또 양가 식구들을 초대해 커피&디저트 시간을 갖는데,

갈 때마다 우리 시부모님은 조용히

두 분이 앉아서 케이크 먹고, 손녀들과 대화 조금 하다

오신다. 며느리는 자기 식구들과 저쪽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즐기고 남편도 저쪽에 있다가 한 번씩 와서

커피 더 드려요?? 묻는다.


이럴 거면 이 분들을 왜 부르는 거지???

이제 보니 첫째 아들도 문제구나.



시간이 지나 나와 아이들이 남편과 함께 독일로

이사 오고 ,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첫째 딸과 내 딸이 같은 학교, 같은 반이어서..


볼 때마다 같은 느낌.

나와는 눈도 안 마주치고 남편 하고만 잠깐 대화하고 사라져 버린다.


한 번은  그녀 때문에 내가 불 같이 화가 난 적이 있다.

마트에서 남편과 장을 보는데 뒤에서 누가

안녕! 하고 부른다.


누구지 하며 뒤돌아봤는데, 어? 내가 아는 사람이네!

순간 너무 반가워 "Hallo!!!" 하며 큰 함박웃음을 짓고 상대방을 보고 있었다.

왜 나는 그 순간 그녀가 반가웠을까?


그녀는 역시나 나에게는 눈도 안 마주치고 남편과 얘기했다.

(독일은 인사 시 아이컨택이 기본매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나? 나와도 곧 말하겠지?' 생각하며 남편 옆에 서 있었다. 바보같이 우두커니.

그리고 그녀는 남편에게 지 할 말 하고는  총총총 볼 일 보러 가버렸다.


"뭐야?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어?

나이는 45살이 넘었는데 하는 행동은 4살보다 못하네!"

라고 내가 말하니,

(독일은 아기 때부터 누군가 만나면 아이컨택하며 , 악수로 인사하거나, 친하면 허그를 한다)


남편이

"미샤엘라잖아. 원래 저렇지 뭐.

쟤 나를 10년 넘게 모른 척하더니, 올해부터는 나에게

말하네. 아마 너도 10년 후면 쟤와 말하게 될 거야"

라고 "남편 놈"이 말했다.


그때 나는 큰소리로 화를 냈다.

불같이 화가 났다.

"내가 왜 저 여자랑 10년 후에 대화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쟤 필요 없고, 저렇게 무례한 사람은 알고 싶지도

않아. 너는 이제 쟤랑 대화하게 돼서 기쁜가 본데,

나는 쟤랑 10년 후에도 그럴 일 없어! 나보고 쟤가 나한테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쟤가 너한테 여왕이라도 돼? 대화하게 돼서 기뻐? 니 와이프는 무시당하고 옆에서 서서 기다리는데 저 년이랑 같이 대화해서 좋아?"


내가 급작스레  화내니 남편은 깜짝 놀랐고,

자기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몰랐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예전에 시어머니도 이런 일이 있어서 첫째 아들 불러다

대화도 해봤는데 아무 소용없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저 여자는 내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아이들의 근황을 묻거나, 대화를 시도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부활절 혹은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의 선물로 양말이나 초콜릿 따위를 자기 남편 손에 들려 보냈다.

부담스럽고 싫었다.

(난 독일로 이사 온 후 그 집 아이들과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아이들 포함 다 같이 찰흙놀이, 그림 그리거나, 네일도 해주고, 심지어 다 같이 놀러 간 적도 있다.)


남편에게 말했다.

난 니 형이 따뜻한 사람인 것도 알고,

너의 조카들도 귀엽고 좋은데, 이제 그 여자는 더 이상

못 봐주겠어.

그러니 형에게 말해서 내 아이들에게 아무 선물 하지

말라고 해. 아무것도 받기 싫어.

그리고 너는 니 와이프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이면

너도 그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해 줘야지. 옆에 가만히 서 있었던 내 기분 생각해 봤어? 내가 거기에 존재하기는 했어?


남편은 입을 다물었다.

독일인 특유의 화났을 때 혹은 기분 안 좋을 때

나오는 그 표정.

남편의 감정 따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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