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llochen
Dec 21. 2023
한국 살 때의 일이다.
그 때는 남자친구가 부동산 중개인에게 카카오로 메세지를 받았는데, (남편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올 때 회사 측에서 안내받은 직원. 한국의 외국인 담당 부동산 중개인 정도인 듯하다) 종종 안부도 묻고, 굉장히 친절한 분이라는 거다.
"그 사람이 너한테 마음있는거 아냐?" 했더니 ,
빙그레 웃으며, "그 여자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데. 그리고 그분이 그러는데 북한에서 왔데."
"엥??진짜??
북한사람??
우와~ 어때? 난 한번도 북한사람을 만나보질 못해서 신기하다!" 했던 적이 있다.
'초,중,고,대 그리고 직장생활 내내 단 한번도 내 인생 통 털어 만나보지 못한 북한사람을 내 독일남자친구가 알고있다니!!'
그리고 작년 독일로 이사 후 미용실에서였다.
남편은 원장님과 수다 떨고난 후, 원장에게 듣기로는 여기 종종 오는 가족이 있는데, 남편은 독일 사람이고, 와이프와 딸은 한국인이라고.
그래서 내 번호를 남겼다고 한다. 혹시 그들이 또 오면 이 번호 알려달라고.
동네가 워낙 작다보니, 내가 외로울 까봐 남편이 신경썼던 거였고, 나도 이 소식이 반가웠다.
잘 하면 나 한국친구 사귈 수 있겠구나! 오 예~
그렇게 얼마 후 난 그녀에게 연락을 받았고,
첫 만남은 단 둘이서만 커피 마시기로 했다.
인사를 하고 서로 반가워서 바로 친해져 버렸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내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문제였다. 사투리? 엑센트? 처음 듣는 단어들..그래서 그녀에게 솔직히 물어봤다.
한국 어디서 살았냐고 물으니, 그녀는 ㅇㅇ에서 살았다고 했다.
제가 ㅇㅇ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ㅇㅇ 어디요?
그녀가 동네 이름을 말하자마자 나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찼다. ???
근데..엑센트가..충청도나, 경상도도 아닌것 같고, 중국에서 오셨나 싶어서 여쭤봤어요. 하니
그녀는
"사실 북한에서 왔어요." 라고 대답했다.
와~ 놀라웠다.
이 독일이라는 넓은 땅덩어리에
이 좁은 시골 마을에
북한분을 만나다니!!!
너무 반갑다며 그녀의 북한 탈출 이야기도 듣고
한국에서의 생활 이야기도 들었다.
그 뒤로 우리는 종종 가족끼리, 여자끼리 만나 시간을 보낸다.
* 그녀의 북한 탈출 이야기
그녀는 20대 후반에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을 하여 태국으로 갔다고 한다. 태국은 사람을 원하는 국가로 보내주는 법이 있다고 하는데, 진짜 그 법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녀는 태국에 있는 동안 한인교회에서 머물며 브로커를 만났다. 한국 도착하면 브로커에게 300만 원을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그녀는 브로커에 의해 한국으로 갔다.
300만원에 대해 물으니, 한국 도착하면 정부에서 한국정착금으로 300만원을 주는데, 그 돈을 받아 바로 브로커에게 보냈다고 했다. 그녀말로는 그때 당시 한국 정부에서 그 돈을 준다고 해서 본인도 놀랐는데 진짜 받았다고 한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괜찮은지 물었다.
그녀가 탈출 당시 북한은 이미 기아로 사람들이 종종 죽어나가거나 실종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케이스도 실종으로 처리되어 그녀 집 문 앞에 스티커가 붙었다고 한다. (북한은 문 앞 스티커 이용을 좋아하는 듯 하다) 무튼 그리하여 북한에 있는 그녀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그 어떤 위협도 받지 않고 그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그녀에게 들은 북한 이야기.
북한은 여자, 남자 모두 군복무 의무제 인데, 그 기간이
10년이란다. 대략 18살에 군대가서 28살에 나온다고 한다.
세상 좋은 시절을 군대에서 다 보내다니..너무 안타깝다.
그러다가 여자가 중간에 임신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묻자, 임신사실이 밝혀지면, 집으로 보내지고, 집 앞에는 스티커가 붙여지고, 또 주민등록증에도 임신으로 군복무를 못마쳤다는 한 줄이 추가된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 여자는 임신해서 군복무를 안마친 사람" 이라는걸 알게 한다고..
집 안 거실에는 김일성, 감정일, 김정은 사진이 다 붙어있어야 하고, 그걸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사람이 방문한다고.
또한 김정은이 차로 지나가게 될 길 주변의 집들은 며칠 전부터 정부의 통제하에 창 틀에는 화분을 놓고, 집청소를 해놔야 한다고도 했다.
이모, 그러면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놀란것은 뭐예요? 라고 내 아들이 묻자 그녀는,
북한에서는 한국으로 가게 되면, 국가정보원들이 고문하고, 죽일꺼라고 교육받았는데, 막상 와보니 다들 키 크고 양복입은 그 모습들이 너무 세련되고 잘 생겼는데다가, 너무 친절해서 놀랐다고 했다.
그녀의 눈으로 보는 한국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신기하기도 하고, 한국와서 운전면허증도 따고, 직장도 다니며 아기를 혼자 키운 그녀의 스토리는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