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에게는 헷갈리는 한국말

엄마? 저게 무슨 말이야?

by Hallochen

우리 집은 재혼가정에 국제가정이다.


새아빠는 독일인

아들은 14 딸은 11살이다.


한국에 있을 때 우리는 만났고,

우리는 차츰 같이 살게 되었고,

독일로 다 같이 이사 오고, 그리고 이렇게 여러 가지

언어를 쓰는 가족이 되었다.



아이들은 어릴 때 한국에서 살았고,

필리핀에서 국제학교를 3년간 다니며 영어를 익혔고,

(아들기준)

한국으로 들어와 1년 한국학교

지금은 독일에서 2년 반 째 독일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들 인생 15년도 안돼서 주거 환경이 여러 번 바뀌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테지만, 그래도 3가지 언어를

쓸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언어능력이

부럽다.

하지만, 엄마로선 가족과의 대화에서 가끔 피곤함을

느낀다.


모국어의 편안함의 가장 큰 장점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안다"가 안 되는 거다.


서로 상대방이 어떤 언어로 말할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멀리서 말했다던지, 빨리 말했다 하면

"뭐라고 말한 거야?"가 우리 집에서는 자주 들린다.


"강현아! 도시락 꺼내놔~"라고 주방에서 말하면

아이는

"네? 고기를 꺼내 놓으라고요?"


이런 식이다.

너무 재밌기도 한데 자주 반복되면 하...


어제는 11살 딸과 넷플릭스에서 한국 시리즈를

하나 보았는데,

고등학생이 다른 친구에게

" 나도 이제 공부 슬슬 시작하려고. 그래서 나 학원

끊었다!"라고 하자마자

딸이 " 엄마?? 공부를 하려는데 학원을 왜 끊어?"

라고 질문한다.


독일에서는 무언가를 등록하다. Anmelden

반대말로는 Abmelden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학원을 등록했을 때, 관둘 때도 둘 다

"끊다"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아이가 무척 혼란스러워했다.


며칠 전에는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 들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아이들에게

묻자 아이들이 독일어로 대답해 준다.


나 "그게 한국말로는 뭔데...?"


나리 "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떤 크리미널이 죄를 지어서 그

집.. 집 봉인? 그런 거 받았데!"


나 "그 집을 봉인했데?"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일본 애니가 떠오르며 종이로 집을 봉인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강현 " 아.. 엄마 잠깐만..(우리는 이렇게 언어로딩시간이 필요하다.ㅎㅎ) 아! 알았어. 그 범죄자가 죄를 저질러서

가택구금을 받았데."


나 "우와~ 강현아. 너 그 고급어휘를 어떻게 알았니?

아.... 유튜브가 열일하는구나~"


강현 "그지. 나는 주로 한국어로 된 거 보고, 나리는 영어로 보잖아"


독일남자에게 한국어는 어떨까?


예전에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때 나에게 물었다.


독남 : Tears가 한국말로 뭐야?

한녀 : 이게 뭐지? 눈. 그리고 마시는 물 이게 합쳐져서

눈물이야.

독남 : 아하! 쉽네

한녀 : 그럼 코에서 나오는 거는 뭘까?

독남 : 코물?

한녀 : 맞아. 근데 정확하게는 콧물이 맞아. 그럼 입에서

나오는 건?

독남 : 하하! easy. 입물!!


이래서 빵 터진 적이 있다.

신박한 발상이구나!!


이렇게나 우리는 엉뚱한 생각으로 새로운 단어들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다.


그리고 요즘 나에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말을 할 때 천천히 상대방 눈을 보고 하기.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이 더 나은 것 같고,

반복해서 말 할 횟수가 줄어드는 듯 하다.


한국에서의 4년 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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