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자주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일이 많아졌고, 책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마흔을 지나며 알게 된 건,
바쁘다는 말속에는 늘 나를 뒤로 미루는 습관이 함께 따라온다는 사실이다.
내가 근무하는 부서의 부장님은 여성 부장님이시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만났던 부장님들은 모두 남자였고,
그래서 여성 부장님은 나에게도 조금은 낯선 존재였다.
그런데 이 낯섦은 곧 편안함이 되었다.
업무 이야기뿐 아니라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시간의 무게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였다.
어제는 둘이서 밥을 먹었다.
일 얘기를 하다가, 아이 얘기를 하다가, 어느새 인생 얘기로 흘러갔다.
그때 부장님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해주셨다.
“서윤아, 너는 참 너의 것을 잘 나누는 것 같아.
재능이든, 마음이든, 그게 참 쉽지 않은 건데.”
칭찬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다.
괜히 부끄러워서, 애써 쿨한 척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부장님, 그거 다 오지랖인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오지랖.
괜히 나서는 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마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해왔던 많은 선택들은
사실 오지랖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순간들, 나만 알고 넘어갈 수 있었던 정보들을 굳이 꺼내 놓았던 일들, 내 일이 아닌 것 같아도 조금 더 나은 방향이 보이면 한마디 보태고 싶었던 마음들.
돌아보면 그 오지랖 덕분에
나는 사람을 얻었고, 일의 방향을 배웠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워킹맘으로, 직장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점점 나의 것을 움켜쥐고 싶어질 때가 많다. 시간도, 에너지도, 감정도 부족하니까. 그래서 나누는 일은 점점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부장님의 말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나누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서 나누는 게 아니라,
자기중심이 단단해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아마 부장님은 나보다 먼저 그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보며 조금 앞선 자리에서 말을 건네주셨을지도 모른다.
“그거, 쉽지 않은 거야.”
그 말 한마디가 요즘의 나를 다시 세워주었다.
이제는 오지랖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괜히 나서는 마음이 아니라,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결국은 사람 쪽으로 한 발 더 다가가는 용기라고.
오늘도 나는 오지랖 한 스푼을 마음에 담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나만의 중심을 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