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E로 살면서, 집에서는 I로 사는 나

by 로윤로윤

나는 ENFJ다.

성향 설명을 읽어보면 전반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을 좋아하고, 분위기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도, 외부 활동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사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는 혼자 있어야 충전되는 I의 성향도 꽤 있어”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잘 믿지 않는다.

늘 밝아 보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는 모습만 보였을 테니까.

그런데 사실 나는 밖에서 E로 살고 나면 집에서는 거의 자동으로 I가 된다.

문을 닫고 들어오는 순간 말수가 줄고, 휴대폰도 멀리 두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야 비로소 숨이 돌아온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회사에서는, 외부활동에서는 E로 사는 게 편하다. 그 역할이 익숙하고, 그 편이 일이 잘 굴러간다. 하지만 그만큼 신경을 쓰고, 감정을 쓰고,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래서 집에서는 역할의 매뉴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I로 돌아간다.

이런 나를 닮아서일까.

우리 가족은 외부 활동도 좋아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기준이 생겼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주말의 시간이 돌아오면 아이는 레고를 조립하거나 만들기를 하고, 남편은 미뤄두었던 영화를 고르고, 나는 안방의 작은 서재에서 글을 쓴다.

각자의 다른 공간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누구도 서운해하지 않고, 누구도 외롭지 않다.

이렇게 각자의 시간으로 충분히 충전하고 나면 어느새 다시 거실에 모여 그날의 이야기를 나눈다. 웃으면서, 편안하게.

한때는 헷갈렸다. 도대체 어떤 게 진짜 나인지.

밖에서의 내가 진짜인지, 집에서의 내가 진짜인지.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둘 다 나라는 것을.

밖에서는 사람을 향해 나아가지만, 집에서는 나에게로 돌아오는 사람.

그 두 가지를 오가며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선물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아마 51%는 E로 살고, 49%는 I로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49%의 시간이 있어야 다시 밖에서 51%의 나로 웃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밖에서는 E로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조용히 I로 살아간다.

이 균형이 오늘의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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