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되게 행복하네

by 로윤로윤

지금의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속도가 붙어 재밌게 써 내려가던 때였다.

주말 내내 글쓰기에 집중한 탓인지 돌아오는 월요일의 아침은 평소 보다 더 버거웠다.

어쩔 수 없이 몸과 마음을 익숙한 방향으로 이끌며 조금 이른 출근길에 나섰다.

회사 도착을 5분 정도 남겨두고 마지막 신호에 멈춰 섰을 때였다.

갑자기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쿵’ 소리와 함께 차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짧은 비명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떠보니 후방추돌 사고가 났고 tv에서만 보던 3중 추돌 사고였다. 뒷목과 허리에 통증이 밀려왔고, 차문을 열고 나오자 투통과 울렁거림이 함께 찾아왔다.

그렇게 12월의 연말을 앞두고 생각지 못한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입원 첫날은 여러 검사와 충격의 탓인지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이 쏟아졌다. 다음날 이 되자 통증은 골반까지 퍼졌고 걸을 때마다 더 아파왔다.

회사일도 신경이 쓰였고 남편과 아이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날카로워지는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자칫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팔다리 멀쩡했고, 밥도 잘 먹을 수 있었고, 말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치료를 잘 받고 조금 쉬면 곧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돌아보니 회사 평가도 이미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이 기회에 남편과 아이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엄마의 자리를 잠시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마음대로 퍼즐을 맞춰보았다.

그때 날카로웠던 마음의 모서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맞이한 아침은 하루의 계획을 짜느라 분주했다.

아침을 먹고 씻은 뒤 오전 치료를 받고, 간단히 챙길 일을 살핀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1층 카페로 내려가기 전 3층에 있는 서점 먼저 들렸다.

평소에도 자주 찾던 좋아하는 서점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서점을 둘러보고 나와 바닐라 라테를 한 잔 사 들고 다시 병실로 올라왔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 막 재미가 붙었던 글쓰기를 이어갔다.

아무의 방해도 없는 조용한 병실 안에서 타자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 되었다.

침대 옆 통 창 너머의 시티 뷰 를 바라보며 나는 어쩐지 진짜 작가가 된 기분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속도가 붙어 자기 전까지 세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되게 행복하네.”

심리학 연구에서 행복이란 ‘아주 큰 기쁨 몇 번보다, 작고 괜찮은 순간이 자주 반복될 때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고 말한다. 이를 <헤도닉 트레드밀/hedonic treadmill>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 말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행복은 아주 잘 되는 하루가 아니라, 괜찮은 하루가 자주 반복되는 상태라는 것을.

행복은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나를 느끼는 방법이었고,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덜 나를 소진시키는 방식이었다.

마흔이 되어서야 나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지부터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행복의 기준이 선명해졌다.

“나 지금 되게 행복하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