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실망+기대치 못한 도움과 감동>0

동시에 두 개의 소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부담스러운 지인 = 나

by Mihyang Eun

'기대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부분 실망 혹은 전적인 실망을 수반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것 혹은 사람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도움과 지지와 감동을 받는 일 또한 반드시 일어난다. 그리고 그 기쁨은 사실 기대했던 것이 기대한 대로 됐을 때보다 더 크다. 예상했던 것이 그대로 이뤄지는 것은 기대하는 행위의 본전이라면, 예상치 못했던 것이 얻어지는 것은 기대하는 행위의 플러스알파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인생은 "기대 - 실망 + 기대치 못한 도움과 감동 > 0"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살아지는 것 같다. 물론, "기대 - 실망 + 기대치 못한 도움과 감동 < 0"이라고 느끼는 빈도가 너무 많다고 느끼면 인생은 살 만한 것이 못된다는 판단도 가능할 것 같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기대 안 하고 싶다고 기대 안 할 수 있으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나는 최근에 두 개의 소셜 펀딩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하나는 공동 프로젝트고, 하나는 개인 프로젝트다.


공동 프로젝트였던,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지 "영향력"의 창간호 출간을 위한 소셜 펀딩 프로젝트가 2월 22일 24시를 기점으로 종료됐다. 다행히 모금액의 101%를 달성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사실상은 실패라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지인들의 지지와 도움이 전체 후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초록은 동색'이라, 지인이 하는 프로젝트라면 관심이 가고 마음이 동할 가능성도 높지만 '우리 사이에 왠지 후원해 줘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지인들에게는 왠지 미안한 마음도 가슴 한편엔 늘 있다. 거기다 나는 소셜 펀딩 프로젝트를 동시에 두 개나 하지 않았는가.



아직은 시작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과 후원으로 만들어진 창간호가 동네 서점들에 진열되는 날 이후에는 자생력을 가져야 우리가 "영향력"을 계속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영향력"을 만드는 나는 '우리 책은 누구라도 돈 주고 사 볼만 하지.'라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후원하는 지인들이 단순히 나를 돕고자 하는 건지, 나와는 상관없이 그 잡지를 사 보고 싶어 하는 건지 궁금해하지 않고, 미안해하지 않고, 자신 있게 책을 팔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되면, 나의 지인들은 '딱히 관심은 없지만 왠지 애쓰고 있으니 도와줘야 할 것 같은 부담'에서 벗어나서 사보고 싶으면 사보고, 후원하고 싶으면 후원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면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본인이 의무감으로 책을 사보거나 후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독자들을 만나고 있으니까 후원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고, '나는 관심 없지만 마음으로 응원할게.'라고 가볍고 편하게 격려해 줄 수도 있을 거다.


개인 프로젝트 역시 펀딩 종료일까지 6일이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10화 연재가 업데이트됐다. 1화 연재가 오픈됐을 때만 해도 댓글이 달리면 심장이 두근댔는데, 지금은 댓글이 달린 걸 보면 덜컥 긴장이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신나는 마음으로 SNS에 공유했다면, 지금은 무언가 어딘가 찝찝한 마음으로 공유한다. (찝찝해도 어쨌든 공유는.. 했다. 왜냐면, 나는 여전히 기대하는 마음을 의지로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이 모든 과정에서 처음에는 분명 모종의 기대가 있었고, 이에 따르는 실망 혹은 더 나아가 원망도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랬다. 그런데, 또 생각지도 못한 때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생각지도 못한 응원과 후원과 지지를 받았다. 다음 스토리펀딩 역시 턱도 없이 높은 목표금액을 설정하는 바람에 100% 달성은 턱도 없는 상황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만큼 온 것도 너무 놀랍고 대단하고 고맙고 또,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미안한, 그런 일이다.


정말로 고맙고 고맙고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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