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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Aug 18. 2021

다시 집에 갇히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

Grandma 둘과 Grandpa 하나...

손주 세비의 시야에서 본 우리 집 구성인원이다.

시부모님과 세 딸들 그리고 우리 내외였던 구성원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아버님은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큰 딸은 결혼을 했으며 두 딸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함께 분가했다.

그렇게 우리 셋만 남았다.

물론 다 지척에 산다.

큰 딸은 십분 거리에서...

두 딸은 삼십 분 거리에서...

답답하다

요즘 나의 마음 상태다.

답답하다...

남편은 여전하다.

방콕을 하며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탁구를 치러 다니고, 수시로 딸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그런데 나는...

가끔은 불안하고 가끔은 답답하고 가끔은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간다.

두 다리와 팔은 이제 어느 정도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무거운 것을 들지도 못하고 쭈그리고 앉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럼에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상 이제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봄이 오면...

지금 이곳은 겨울의 끝자락을 가고 있다.

100년 만의 이상기온이란다.

우리 집 정원에는 한 겨울부터 초봄을 알리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노란 수선화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 봄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곤 한다.

남편이 다리를 구부리지 못하는 나를 위해 텃밭을 높여주기로 했었다.

30센티 정도의 높이로 직사각형의 밑 뚫린 나무 상자 모양으로 만들어 텃밭에 놔주겠다고...

집에 쌓여있는 보드를 꺼내서 자로 센티를 재고 금을 긋고 잘라서 쌓아 두더니 영 감감무소식이다.

성질 같아선 나무토막을 쓱쓱 잘라 대고 못질을 한 후에 후딱~ 만들어 턱턱 텃밭 위에 올려놓고 싶은 심정이지만, 톱질을 못하기도 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이래저래 울화통만 치민다.

보다 못해.....

이제 9월이 되면 씨도 뿌려야 하는데 언제 만들고 흙을 사다가 채울 거냐고 했더니...

남편 왈~

"그냥 올해는 하던 대로 하지?" 한다.

'으그.... 이 화상을~' 속으로 치미는 분을 삭이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러나 남편이 조금은 흠칫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저렇게 재료를 흩트려만 놓고? 그냥 모종은 따로 만들 테니까... 10월 전까지만 만들면 돼!!!"

라고 하고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만 더 하면... 나의 더러운 성질머리가 나올 것 같아서....

요기까지 썼는데..

어제 딱! 요기까지 쓰다가 작가의 서랍으로 글을 저장하고 매주 화요일 스케줄에 따라 셋이서 쇼핑을 갔다.

지인의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그 옆에 있는 한인마트와 야채가게를 거쳐 쇼핑몰에 있는 슈퍼를 돌아 집으로 왔다.

남편이 한인 식당에서 뚝배기 갈비찜을 먹어보곤 그 맛에 꽂혀서 지난 2주 연속 갈비를 사는 바람에 우리 셋은 이미 뚝배기 갈비찜은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 맛있는걸 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수요일에 오라고 하곤 또 1.5킬로나 되는 소갈비를 사 왔다.

핏물 제거하려고 커피 물에 담가 두고 양념까지 따로 다 만들어 두었는데....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사람이라고...

퇴근을 하며 집으로 가던 딸에게 연락이 왔다.

"엄빠~~ 오클랜드에 지역감염 1명이 생겼데... 이따 저녁때쯤 정부 발표가 있다네요~ 혹시 모르니까 집에 먹을 거 있나요?"라고...

우리야~ 오늘 장을 봤으니... 다행히 딸들도 지난 일요일에 교회 끝나고 장을 잔뜩 봐서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그게 어제 일이다.

정부 발표!

지역감염이 생긴 오클랜드는 일주일, 그 외 지역은 3일간 4단계 럭 다운이란다.

한마디로 집콕하라는 것!!

딸들은 모두 자택 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고..

슈퍼나 병원, 약국 등 반드시 필요한 곳을 빼고는 모두 문을 닫는다고...

오늘 새롭게 지역감염이 발견된 오클랜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오클랜드로 출장이 잡혔던 큰딸은 그냥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고...

그렇게 작년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아마도 이곳 정부에선 이웃나라 호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싶다.

어제 한 명이라던 지역 감염은 4명에서 7명으로 늘었고... 전염력이 갑이라는 델타라서 혹자는 금방 100명도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갇혔다!

원래 집순이인 나였는데...

못 가는 거와 안 가는 것은 엄청나게 다른 것 같다.

갑자기... 답답하던 마음이 더 답답해 오는 듯하고~

뭔가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일주일에 3번씩 수영장엘 다니시는 시어머님은... 집에만 있어서 갑갑하겠다고 하시더니...

지금~ 거실에서 트롯 삼매경에 빠지셨다.

남편은... 여전히 방콕 하며 열심히 독서 삼매경 중이고~

나는... 답답하다고 하루하루가 무료하다고... 사는 게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다가~

갑자기 전투력이 폭발해서~ 아침부터 밀가루 반죽을 해서 피타브레드를 만들어 점심을 먹었다.

내가 무엇을 쓰려했냐면...

나는 여전히 무리를 하면 무릎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그럼에도 답답하니 이것저것을 만들고 쓸고 닦고 한다.

열심히 새록새록 다른 종류의 빵을 만들어 놓으면...

남편은 "사다 먹지~ 뭐하러 이런 걸 만들고..." 라고 핀잔을 준다.

뽀로통해진 나는 "이런 걸 어디서 파는데??? 사 와봐!!!" 한다.

남편 입장에선 아프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 이겠지만, 내 입장에선 이런 것도 안 하면 무슨 낙으로 사나 싶다.

남편야 좋아하는 공부?를 독서를 하고 탁구를 치며 나름의 슬기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새로운 빵이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취미인데... 매번 구박을 받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

~이런 넋두리를 하려고 글을 써 내려갔는데...

완전 횡설수설이 되어버렸다.

세상은 요지경~

뜬금없이 럭 다운이 되었다고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니 요지경이요~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불안해지는 내 마음도 요지경이요~

벌써 2년이 다 되도록 이놈의 바이러스에 끌려 다니고 있는 이 세상이 요지경이다.

이런 요지경 속에 슬기로운 나만의 생활을 찾아가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 싶다.

다시 고요하게 슬기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봐야겠다.

얼른 텃밭을 만들어 달라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와도... 여전히 세상이 요지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만의 슬기로운 생활을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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