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브런치팀에서 지난 60일간 글을 안 올렸다고 옆구리를 꾹 찔렀다.
그리고도... 또 한동안의 시간이 지났고...
글을 못쓴 이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곳 뉴질랜드에 봄이 왔기 때문이라고 답하련다.
뭔 소리냐고요?
이곳은 9월이면 수선화가 피기 시작하고 10월이면 벚꽃이 만개한다.
벚꽃 나무의 종류가 어찌나 다양한지 울 둘째 딸네는 여전히 소담스러운 벚꽃이 바람결에 꽃눈을 날리고 있다.
어쨌든...
이곳 뉴질랜드에 봄이 왔다.
(아니... 지금은 봄의 막바지고 여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 말인즉 텃밭꾼이 내가 살판이 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편이 텃밭을 멋지게 만들어주고 흙을 채워주겠다고 하더니...
거름 몇 포대와 새 그물망 몇 개로 퉁~ 쳤다.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속으로만 읊조리고 실눈으로 실컷 욕을 하고는 끝냈다.
삼십여 년을 산 노하우랄까?
마누라와 딸의 차이?
그런 남편이... 작년 7월경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쩔 수 없이 분가를 한 둘째 네로 가드닝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함께...
둘째네는 산등성이에 있어서 평평한 곳이 별로 없어 잔디밭은 없다.
옆집과 뒷집과의 경계는 모두 울창한 나무로 되어 있는데 작년 7월부터 손을 안 댔으니.. 그야말로 정글이 되었다.
우선 전기톱을 높은 가지치기용과 나무 자르는 용으로 2개나 샀고... 긴 가위와 짧은 가위도 샀고... 혹시나 몰라 안전모에 안경까지 구비해서 매주 출동을 하고 있다.
무성했던 나뭇가지는 남편의 손놀림에 거침없이 나가떨어졌고... 잡초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길은 한 계단 한 계단 무릎을 포기한 나에 의해 열렸다.
그렇게 지난 두 달을 보냈다.
어쩌면...
그 쉬운 텃밭을 만들어 달랬을 땐... 손목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하더니...
그 많은 나무를 베고 땔감을 만들고 남은 잔가지들은 옆집과의 경계선에 차곡차곡 쌓아서 나무 성벽을 만들고...
'참내~~' 어이가 없지만... 나도 신나서 도시락까지 싸들고 매주 2번씩 왕복 한 시간 거리를 딸들이 출근한 빈집으로 출동을 하는 것 보면 정상은 아니지 싶다.
가드너를 부르자고 하며 이래저래 말리던 둘째 딸도 두 손 두발 다 들었는지 가끔 앞으로의 계획을 묻곤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이니까...
남편과 나의 철학이랄까?
결혼하기 전까지는 참견도 하고 '니껏도 내 것 내 껏도 니껏'이라는 사고지만, 일단 출가를 하면 참견도 안 하고 오라고 하기 전까진 가지도 않는다.
물론 자식이니까... 손주를 봐달라고 한다거나 다른 어떤 부탁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해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아낌없이 해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어엿한 가정을 꾸렸으니 참견을 하거나 훈수를 두진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둘째네는 그냥 우리 집인 셈이다.
둘째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나무를 베어 버리고 꽃을 심고 과일나무를 심으려고 사다 두었다.
그래도 가끔 둘째가 일찍 퇴근을 하면,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기도 하고 여기저기 나무를 자르거나 심은 꽃들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려주지만... 뭐~ 크게 관심은 없는 것 같다.
바람이 제대로 났다!
어쨌든 나는 바람이 제대로 났다.
어디 꽂히면 물 불 안 가리는 성격에 제대로 불이 지펴졌다.
조금 있는 평지에 옥수수를 심으려고 모종을 키워놓고... 나무를 심은 언덕 빈 공간에 콩이나 고구마를 심을까? 해서 또 모종을 만들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구상하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번 주에 비가 온다고 해서 '땅이 축축해 졌겠구나' 싶어 마음까지 설렌다.
그래야 언덕에 무성히 자란 허리까지 오는 잡초들을 뽑아내고 나의 모종을 심을 테니...
이쁘게 가드닝을 다~ 하면 사진으로 자랑을 한번 하련다...
아직 심지도 않은 옥수수인데 내 코엔 벌써 삶은 옥수수의 구수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둘째와 함께 사는 막둥이가 헬스장을 갔다 오면 한인 가게에서 추억의 핫도그를 사 왔다. 철퍼덕 주저앉아 풀을 뽑다가... 새참을 즐기듯 치즈가 듬뿍 들어간 핫도그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