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다는 듯 '툭' 콤부차에 담긴 홍차버섯을 건네며 "이번엔 콤부차에 꽂히셨구먼~" 했다.
예전에는 '하고 싶다~!' 하면 하루종일 그것만 생각이 나곤 했지만, 지금은 좀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이 생기긴 했다.
이 깜찍한 (참을성이 생겼다고) 고백은 나름 증거까지 있다.
가끔 콤부차를 만들어 가져오는 남편 지인분께 스코비(홍차버섯)를 부탁해 놨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드문드문 콤부차를 남편손에 들려 보낼 뿐 스코비는 아니었다.
유튜브에 나오는 거의 모든 콤부차 영상을 섭렵하고 블로그에 올라온 글도 매일 읽어보며 공부까지 마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중간이 없는 나?
딸들은 이미 나에게 질려있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요즘은 맛있게 집밥을 먹을 때면 딸들은 나에게 "엄마~ 이거 맛있네... 그렇다고 매번 해 달라는 건 아니고..." 한다.
잘못 말했다간 평생 그 음식의 맛을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와서일 듯하다.
몇 년 전인가... 비싼 육포를 사 왔길래...
"육포 좋아해? 엄마가 만들어 줄게..." 하곤... 얇게 저민 소고기를 세일을 하기에 5kg이나 사다가 정말 3박 4일 육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도시락으로 간식으로 매일 챙겨 주었다.
첨에는 맛있다고... 사는 것보다 낫다고 하더니 지금은 "육포 만들어 줄까?" 하면 모두 손사래를 친다.
말린 과일을 간식으로 먹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과일 건조기부터 세일할 때 샀다.
그리고 과일이 세일을 하기만 하면 왕창 사들였다.
바나나가 세일을 하면 큼직한 것 3~4송이를 사서 2mm 얇게 썰어 하루종일 몇 날며칠을 말려서 봉지봉지 넣어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았다.
파인애플이 세일을 하면 10개인지 20개인지 부엌바닥에 쫙 깔아 놓고 다듬고 썰고 말리고를 또 하루종일 몇 날며칠을 했고...
이뿐일까... 사과도 귤도 감도... 모두 썰고 말리고 냉동실에 넣고를 일 년 이상 했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엔 매일 잘 먹더니 점점 시큰둥하다가 지금은 건조기가 어디에 처박혀있는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언젠가... 남편이 한국 티브이를 보다가 순두부를 만들어 먹기도 하네~~ 하는 한마디에 이 이 국 만 리에서 순두부를 만든답시고 콩을 사드리고 불리고 갈고 짜고 하며 순두부 만들기에 빠져서 밤낮 순두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한국의 3배 현미식초를 이용해서 순두부와 두부 만들기에 성공을 하고 한동안 정말 신나게 만들어 먹었다. 지금은... ㅋㅋ 사다 먹는다. 여기서도 한국 식품을 다~ 파니까... 거기다가 만드는 수고를 생각하면 사다가 먹는 게 더 싸다...
이뿐일까?
나의 중간이 없는 짓거리들은 매년 새로운 아이템으로 모두를 질겁하게 했던 것 같다.
덕분에 뭐 좀 하게 되긴 했다~
살림솜씨 없던 나였는데...
음식 만들기엔 영~ 관심이 없던 나였는데...
젊었을 땐 나의 일을 하느라 밖으로 쏠리던 나의 관심이 십여 년 전부터 집안으로 나의 관심이 옮겨졌다.
그렇게 중간이 없는 나의 성격은 어떤 면에서 가족들에게 공포? 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잘할 수 있는 뭔가를 찾을 수 있었다고 나름 위안을 삼는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나의 텃밭은 쉬지 않고 먹거리를 제공하고 나는 부지런히 풀도 뽑고 거름까지 손수 만들어 가꾼다.
마카롱과 케이크 그리고 단팥빵, 소보로, 슈크림빵등도 나의 아이템이 되었다.
물론 이런 하나하나의 아이템을 얻기까지 온 가족의 희생? 이 뒤따르긴 했다.
망친 것들을 다~ 먹어줘야 했으니까...
이제는 콤부차다~
그렇게 그렇게 하다 작년 말에 꽂힌 것이 콤부차였다.
남편은 지인분이 가져다준 콤부차를 맛있다고 먹더니 쇼핑 갈 적마다 한두 병씩 사다 두고 마셨다.
"그럼 그냥 내가 만들어볼까?" 나의 한마디에 남편이 손사래를 쳤다.
아마도...'이 마누라가 이젠 콤부차에 우릴 빠트릴 생각이구먼!!!' 하는 듯했다.
그래도 옆에서 시어머님이..."그렇게 사다 먹을 거면 만들어 달라고 해~ 뭐든 못할까..." 하셨다.
시어머님의 그 한마디에 그날로 콤부차 만들기에 몰입? 했고 막둥이 손에 붙들려 우리 집으로 분양된 스코비는 제 몫을 단단히 했다.
한 개의 스코비는 2주 후에 2개가 되고 한 달이 지나고 4개의 스코비가 만들어졌다.
보통 sns에는 3리터의 병에 2리터씩 만드는 법이 많이 나와 있는데... 내가 만들어보니 2주를 기다려서 겨우 2리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있던 8리터짜리 발효액 담그던 유리병 두 개에 6리터씩 팍팍 만들기 시작했다. 나의 콤부차 공장이 문을 연 순간이었다.
그렇게 큰 병 2개를 더 사고 다 되면 따로 보관할 1리터짜리 병까지 30개를 사드리고...
말려봤자지 싶었는지 남편은 부지런히 내가 사러 가자고 하면 따라나서고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서 사 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만든 콤부차는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되었다.
호불호가 확실한 콤부차를 많은 분들에게 선물을 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시면 스코비 나눔을 하겠노라 했건만 단 3분만이 스코비를 분양해 갔다.
그리고... 지금은...
온 가족이 나의 콤부차 마니아가 됐다는 한 지인과 우리 세 식구만을 위한 콤부차를 만들고 있다.
그 지인은 집에서 콤부차를 만들 환경이 아니어서 매주 4리터씩 2번을 만들어서 한 번은 우리가 한 번은 그 지인집에 배달해주고 있다.
변비로 고생하는 둘째는 북섬에 있으니 어쩔 수 없고...
스코비까지 가져다 둔 막둥이는 울 집에 올 때만 홀짝 거리고 있고...
그나마 꾸준히 마시겠다던 첫째는 아이를 가졌으니 어쩔 수 없고...
그럼에도 남편과 나 그리고 시어머님이 매일 한잔씩 마시고 있으니... 콤부차는 아마도 꾸준히 만들지 않을까? 하는 꿈을 야무지게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