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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Dec 15. 2019

스트레스엔 역시 먹방이 최고~

큰 산을 넘을 준비를 하는 딸을 위해...

몇 주 동안 쓰나미가 평온한 일상을 헤집어놓고 갔다.

모두 넉다운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둘째는 거의 실신상태가 되어 한국식 온돌방처럼 꾸며놓은 거실 한견을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도... 아침 일찍 또 다른 미팅이 잡혔다며 자는 우리에게 나간다고 보고를 하고 총총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 딸이 안쓰러운 남편을 얼른 일어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서 차고 문을 열어주곤 빨리 끝내고 와서 쉬라고 걱정 어린 한마디를 허공에 쏟아내고 다시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늦게까지 일정이 바빠서 조금 늦을 거라는 딸을 기다렸고, 돌아온 딸의 이야기를 듣느라 잠 때를 놓친 나는 그때까지도 비몽사몽이었다.

아침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렇게 따끈한 온돌패널에 몸을 붙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 둘째를 보니 맘이 짠했다.

내가 대신할 수 없으니...

    

옛날 친정 엄마가 늘 하던 목소리가 내 귀에 다시 들린다.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매일 그렇게 밤을 새우면 몸이 배겨 날까?~"

그러면서  지은 따끈한 밥에 생선을 손으로 발려 내 숟가락에 얹어 주셨었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인데... 쉬엄쉬엄 해~"

친정엄마는 한 번도 나의 별 볼 일 없는 성적을 탓한 적이 없었다. 도리어 시험 때라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척을 하는 딸을 안쓰러워할 뿐....


세월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어쩌냐~"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친정엄마처럼 쉬엄쉬엄 하라는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넘지 못할 산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최선을 다하는 딸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넘어가 주길 바라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그래도 친정엄마처럼~


따끈한 밥에 생선을 올려주던 그 엄마의 마음을 철없던 시절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말없이 웃으며 밥을 떠서 엄마가 생선을 올려주기를 기다렸던 듯하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다시 무엇을 할 힘이 쏟았었다.


나는 둘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벌떡 일어나서 앞치마를 동여맸다.

'점심이라도 맛있게 해 주마...'

만들어서 냉동실에 챙겨 두었던 만두를 꺼내고~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중국 가게에서 사놓은 딤섬을 꺼내고... 냉동실에서 만능 다짐육 한 덩어리를 꺼내고... 야채를 이것저것 꺼내고...

그리고...

볶고, 튀기고, 찌고...

그렇게 한상이 차려졌다.

스트레스엔 역시 먹방~


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딸들 덕분에 우리 집 식탁엔 반찬이 따로 없다.

볶은 요리, 튀긴 요리, 찐 요리를 양껏 각자의 접시에 옮겨 담고 각자 스타일에 맞는 소스면 그만이다.

막내와 나는 사돈네 표 양념을...

남편과 둘째는 매운 중국 칠리소스를...

어떤 요리를 먹던... 각자의 소스를 뿌리고, 찍어서 먹는다.

참 간단한 한 끼다~

오늘의 요리는 모두 만족한듯했다.

그렇게 먹고 웃고 떠들다 보니...

둘째 앞에 놓인 어마어마한 산이 왠지 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뭔들 못할까~


갑자기 점심을 먹다 말고... 내가 외쳤다.

"우리가 뭔들 못하겠냐~ 지금까지도 우리가 가진 것 이상으로 해 왔는데... 안 그래?"

"아자아자~~~"

셋은 나의 외침에 같이 파이팅을 외쳤다.

그래~ 우리가 뭔들 못하겠냐~

불굴의 의지의 한국인인데...

한번 넘어보자~~


2020년이 기대가 된다.

내년 이 맘 때가 되면... 어떤 산이었는지~ 내가 아니 우리가 어떻게 넘었는지... 그 영웅담을 담담하게 적을 수 있을까? 아니... 적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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