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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Apr 09. 2020

Lockdown 보고서 (4)

손주와 나 그리고 우리

오늘은 4월 9일 목요일이다.

락다운이 시작한 지 2주가 넘었고....

내일이면 첫 손주인 세비(세바스찬)의 2살 생일이 되고, 손녀인 사샤가 태어난 지 11일이 된다.

큰딸의 손을 잡고 이민을 와서 두 딸을 낳고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 이젠 두 손주의 할미가 된 나다.

뉴질랜드라는 작은 나라에 그것도 남섬 자락에 살고 있는 나는 행복한 이민자에 속한다.

왜냐고?

대부분 자녀들이 대학을 진학하면서 다른 도시로 떠나는데 우리 딸들은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모두 울 집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더군다나 결혼을 한 큰딸조차도 차로 10분 거리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두 문화가 만나서...

락다운이 되기 전부터 손녀 맞이 준비를 했다.

할미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닐 테니...

뭐~ 그렇다고 특별히 무엇을 사들이고 하지는 않았다.

사위의 본가도 지척이고 음식점을 하는 사돈댁에서 락다운이 되고 며느리가 아이를 낳으면 해 준다고 먹거리를 산더미처럼 사들였다는 소식을 들은 후론 딸을 위해 특별한 것을 살 이유가 없어졌다.

첫 아이 때는 시댁과 문화가 다르고 말이 다르니 모든 게 어색했겠지만, 그동안 딸의 입맛도 조금은 변했을 것이고 출산 후에 먹는다는 음식... 딸의 말을 빌리자면 '천년도 더 살 것 같은 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미역국은 한 번만 끊여다 줘도 되겠다 싶었다.

사돈댁이 아직도 일을 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손주를 보는 것이 전부인 것에 반해서, 우리는 매일 데이케어에 가서 손주를 픽업하고 딸네 집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서 샤워도 시키고 저녁도 먹이고....

세비가 돌이 지나면서 회사로 복귀한 딸 대신에 벌써 일 년째 손주 육아에 동참을 했었다.

그러니 이번에 둘째를 낳는 과정에서 손주를 봐주는 일은 손주와 더 익숙한 내가 당첨이 된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락다운으로 사돈댁도 집에만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비는 정신이 사나울까?

큰딸과 사위의 교육방식은 나와는 조금 달랐지만, 나는 나의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무슨 교육법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도 나지 않고...

뭐~ 자기 자식은 지들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 할미인 나는 해 달라는대로 해주면 되는 것이고...

더군다나 나의 교육법이 정답이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딸네는 그 많은 방을 모두 비워놓고 한방에서 잠을 자고... 아이가 싫다고 하면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 강요를 하지 않고... 안 되는 건 단호하게 아무리 생떼를 부려도 쳐다도 안 보고...

내가 보기엔 나보다 낫지 싶다.

덕분에 손주는 2살 답지 않게 의젓하다. 뒤로 자빠지며 생떼를 부리다가도 아무도 안 본다는 것을 알면 슬며시 일어나 앉는다. 고집은 황소지만,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어쩌고저쩌고 하면 손을 놓는다.

사실 딸네는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우리 집은 한국어, 사돈네는 중국 남방어를 쓴다.

손주 입장에선 '정신 사나운 일' 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3개 국어를 할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우기고 있다.

세비도 동생 맞이 준비를 했다!

동생이 태어나기 두 달 전부터 세비는 엄마 아빠 방에서 분가를 했다.

퀸 침대를 사고 가지고 놀던 탠트를 들여놓고... 세비 옷이 모두 세비 방으로 옮겨지고...

당분간 세비 방에서 함께 잘 요량으로 퀸 침대를 샀다고 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듯싶다.

가끔은 나도 낮잠을 자는 세비 옆에 누워 쉴 수도 있으니까...

세비는 엄마 아빠 방을 동생에게 양보 한 셈이다.

세비의 물건은 모두 옮겨지고 그 자리에 태어날 아기의 물건들로 채워졌으니까...

그럼에도 그때까진 동생의 의미를 잘 몰랐을테니... 넓은 새 침대에 엄마 아빠와 함께 자는 세비는 마냥 행복했을 터였다.


어쨌든...

큰 딸네는 둘째를 맞이할 준비를 했고...

세비는 동생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고...

사돈댁에서는 며느리를 위한 '천년도 살 것 같은 탕'을 만들 준비를 했고...

나는... 혹시나 싶어 두문불출하며 자발적 자가격리를 했다.

세비와의 2박 3일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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