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시골 민박집 주인장의 일상 이야기 (05)
서울은 벌써 패딩을 입는다며?
믿을 수 없겠지만 바로 이번 주 월요일만 해도 제주는 낮 기온이 영상 22도였다. 맙소사. 명색이 12월인데 집 앞에 잠깐 나가는 정도라면 집에서 입고 있던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정도였단 말이다.
그래도 요 며칠 비가 오락가락하는 꼴을 보아하니 제주섬에도 곧 진짜 겨울이 시작될 모양인데 그래 봐야 영하권까지 기온이 떨어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을 테니 벌써 한파주의보가 떨어진 서울 앞에선 헛기침 한 번 큰 소리로 하기 어려운 정도이지 뭔가.
말은 이렇게 해도 제주의 겨울은 참으로 길고도 춥다. 제주 하면 삼다도라 돌, 바람, 여자가 많다 하였지. 옛 어른 말씀은 항시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바람. 바람이 그렇게도 분다. 밤이 깊고 창 밖에 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일기예보보다 정확하게, 겨울이 어느 만큼 와 있는지 알 수 있다.
겨울이 시작되면, 아니지 늦가을에 접어들면서부터 관광객이 줄어드는 제주도는 때이른 보릿고개가 찾아온다. 다양한 생업에 종사하는 토박이 분들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겠지만 대부분 요식업, 숙박업 등 관광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에게 겨울은 정말, 길고도, 길다. 날백수로 보낸 작년 겨울도 '뭐 해 먹고살지'라는 고민으로 참으로 춥고 배고프게 보냈는데 민박일이 생긴 지금도 여전히 '이래서야, 뭐 먹고살지'라는 고민을 하며 겨울을 보내게 생겼답니다. 그러니 어서어서 놀러 오세요. 겨울 제주도도 고즈넉하니 얼마나 예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