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작 Mulgogi Jul 04. 2017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내게 묻는다.

CAMINO DE SANTIAGO / D-1

Paris- Biarritz - Bayonne -  Saint-Jean-Pied-de-Port

2016.07.04


파리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루브르 박물관엘 갔다. 내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도 긴 여운을 남긴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보기 위해서다. Cold play 의 앨범 재킷 사진에서 걸어나온 듯한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나도 혁명을 일으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한 달이 넘는 긴 여정은 분명 내 삶의 혁명이 될 것임에 분명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Mona Lisa, La Joconde, portrait de Monna Lisa ]
우)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Le 28 juillet 1830 : 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

좋아하는 일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10kg 가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이 혀에서 감도는 달착지근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가끔은 내가 미쳤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무거운 짐에 775km 여정이라니. 그것도 매일 5시간씩 34일 동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W & Whale의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마'라는 노랫말처럼 걱정은 집어치우기로 한다. 


얼마나 오고 싶었던 곳인가. 장작 8년 만이다. 영화 Before sunrise 의 제시와 셀린의 만남에 버금가는 로맨스를 찍고 돌아오겠다. 물론 내 소설 속에서. 길을 걸으며 곳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훗날 날 알아보며 추억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간. 그리고 내 소설 속 배경을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소양이다.

루브르 박물관 [Louvre Museum]

살면서 내게 가장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해 준 그와 이별 후.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었다. 걷고싶다는 열망을 가진지 8년 만에 약간은 들뜨고 조금은 비장한 마음에 휩싸여 내일을 준비한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일곱 번째 제자, 성인 야고보가 걸었다는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기 위하여. 내일부터 나의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나의 소설 속 그와 그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배경이 될 그곳에서 나는 과연 어떤 이들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는지 과거의 오늘을 다시 걸으려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