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09. 소외된 모두 왼발 한발 앞으로

by 드작 Mulgogi

견우직녀 달인 칠월 초하루로 넘어가는 새벽.

여러 많은 것들을 생각하다가 잠 못 이루고 있다.


앞서 유럽에서 글로벌 여행 가이드의 요건과 애로사항에 대해 말한 적 있다.


언제 불러줄지 모르기 때문에 어학원 홀리데이를 신청하고 매일 자기 자신과 싸우며 체력을 기르고 가이드 관련 공부들을 해야 한다. 무보수로 보조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메인 가이드의 역할들을 빠르게 섭렵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나처럼 사장님 눈 밖에 난다면 다음 교육이 언제 될지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했다. 최소 아일랜드와 영국을 오가는 일정을 2-3번은 소화해야 첫 메인 가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성공적으로 메인 가이드로 데뷔를 한 동료 가이드로부터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일정을 잘 소화한 가이들끼리 회식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내 얘기를 안 좋게 했다는 것이다. OOO 씨, 걔는 이럴 때 이렇게 했다. 저럴 때 저렇게 했다.라는 식으로 험담을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내가 수습할 때도 사장님이 동료 가이드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한 걸 몇 번 들은 적 있다.


차라리 앞담화를 하면 했지. 타인이 없는 상황에서 험담을 하는 것을 혐오하는 나로선 동료 가이드에게 사장님이 한 얘기를 전하지 않았지만, 오늘 뒷 담화를 했다는 얘길 듣고 보니 사장님의 인격이 의심되었다. 프리랜서이긴 하지만 한솥밥을 먹는 동료 가이드끼리 서로 이간질시키는 것도 아니고, 앞에서 꾸지람을 하면 됐지. 왜, 그 자리에 없는 사람까지 소환해서 반면교사 삼으라는 식의 교육을 할까. 비참하고 굴욕감이 들었지만 나는 철저히 을의 입장이었고, 돈은 벌어야 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만의 잔치 앞에서 드렁큰 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 한보 앞으로>라는 노래가 생각났던 것은 자기 방어의 소치이다. 삐뚤어지지 말자고 최면을 거는 중이긴 한데 이리도 가슴이 답답한 것은 나도 사람인지라 내 마음 하나 어찌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 굴욕감이 추후엔 회심의 한방이 될 그날을 위해 묵묵히 내 일을 하자,라고 마음을 곧추 세워 본다. 지금 이 시간이 나를 단련시킬 것이다. 그래, 미운 오리 새끼가 어떻게 백조가 되는지 보여주자.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모순적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역한 마음에 기억을 더듬거리며 음악을 강박증처럼 골라 듣고 있다.


그러다 토닥토닥. 마치 그 마음 다 안다는 듯 내 마음 어루만져주는 손길 같은 이 노래 Rainbow Paper - 새벽, 울고 있는 너에게. 덕분에 예의 준비하지 못한 무방비한 상태에서 흘러내린 뜨거운 눈물이 나 요즘 실은 많이 답답하고 힘듭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데 나는 힘들다 말하는 대신 노랫말처럼 내일은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에 단단히 새기고 있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나약하지도 무능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마음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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