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El Burgo Ranero
+17 Day / 2016.07.21
: 32.10km(Iphone record : 34.20km)
MORATINOS의 작은 교회를 나와 Sahagun으로 가는 길에 Sn Nicolas Real Camino라는 마을을 하나 더 거치게 되었다. 혼자 걸으며 좀 더 자연 그대로의 하늘, 햇살, 바람, 길가에 핀 양귀비 꽃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걷다 보니 센스 돋는 광고가 보인다. Second Bar is always right! 공감이 되니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음이 났다.
Sn Nicolas Real Camino 마을의 바르(Bar)는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오늘 3km마다 마을이 나타나 주어 걷는 게 많이 힘들지 않다. 어제 푹 쉰 덕분에 컨디션이 꽤 좋다. 계속 걸어가 보자. 으차. 으차.
Sn Nicolas Real Camino을 지나 Sahagun으로 가는 길목에 해바라기 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바라기 사을 잘 찍었던 8년 전 헤어진 그가 떠올랐다. 그건 그렇고. 앞에 어제 같은 방에 머물렀던 카라와 메리가 보인다. 두 친구는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막 다시 길을 나서는 듯 보인다.
해가 머리 위로 점점 떠올라 더워지기 시작했고, 해바라기 꽃도 빼꼼히 고개를 들어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드넓게 펼쳐지는 해바라기 밭을 지나며, 해바라기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여겨졌다. 해를 향한 애타는 사랑 노래. 해노, 해바라기의 노래를 별명으로 사용하던 8년 전 그가 다시 떠올랐다. 이렇듯 나의 기억은 시간이 멀리 가져다 놓아도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탄성을 지녔다. 귓가에 전람회의 '이방인'이란 곡이 흘러나온다.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다. 아마도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다 보니, 자연과 마주하며 감성이 더욱 풍부해진 데다가 쌓여있던 온갖 옛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오롯이 하게 된 탓이리라.
해바라기의 노래를 뒤로 풀숲 길에 접어들었더니, 이번엔 꿈 결같은 길이 나왔다.
이제, 꽃길만 걷자.
드디어 어제, 휘와 베드로가 머물렀던 Sahagun에 도착했다. 두 친구는 어제 이곳에서 크리스티나와 또 다른 한국인 순례자를 만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지금은 어디까지 갔으려나. 아직 교회가 문을 열기 전이라 잠시 Bar르에서 얼음 동동 띄운 콜라 한 잔 했다. 교회 문이 열리자 스탬프를 찍고, 잠시 기도를 드렸다.
Sahagun은 순례길의 중간 즈음이다. 저기 보이는 박물관에 가면 순례길 중간까지 완료했다는 증서를 발행해 준다.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증서를 신청하고, 발행될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하여 박물관 내부를 찬찬히 감상하기로 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조각들이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형태의 조형물 앞에 인상 좋은 직원 아저씨가 다가와서 이 작품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밀레를 표현하고라고 일러준다. (내가 잘 이해한 거라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아저씨와 찰칵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웃음 참 해맑은 사람이다. 내가 만난 스페니시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이렇듯 맑은 미소를 지녔다. 그래서 내내 스페인을 떠올리면 순수하고 해맑은 이미지가 떠오를 터였다.
박물관 내부를 모두 둘러보고, 안내 데스크로 오니 중간 증서가 완성되어 있다.
아쉽지만 이만 박물관을 나와 다시 길을 걷기로 한다.
너무 더워서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으며, 가로수 길을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 무언가 뿌연 연기가 일어 자세히 보니, 양 떼다. 진귀한 풍경이 지나가고, 이윽고 다시 평지가 나타난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다음 마을까지 더 걸어보기로 한다.
Barcianos del real Camino에서 느지막이 점심을 먹었다. 샌드위치와 빠질 수 없는 맥주 한잔. 사실 맥주 힘으로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목적지는 이 마을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보니 힘이 났다. 그래서 어제 Shagun 까지 강행군했던 휘와 베드로가 머무는 El Burgo Ranero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3시가 넘어 드디어 El Burgo Ranero 오늘 목적지에 도착했다. 휘와 베드로가 머무는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크리스티나도 있었다. 무엇보다 알베르게에 세탁 건조기가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주인장 아저씨가 까탈스럽게 굴며 좀 독특하긴 했지만, 옷들을 모두 뜨거운 물에 푹푹 빨아다 세탁 건조기를 통해 건조하고, 가방도 살충제를 뿌려서 뜨거운 물로 씻어 햇볕에 말렸다. 베드로도 베드 버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아마,
프로미스타 공립 알베르게가 문제였던 것 같다.
여하튼 오늘 저녁은 네 명의 한국인 순례자들끼리 볶음밥과 라면을 배부르게 먹었다.
하루 동안 혼자 걸었다고 외로웠던지 일행을 만나 안도하며 푹 쉴 수 있을 터였다.
혼자 걸어 유독 길었던 하루.
쓸쓸했지만 오롯이 혼자여서 좋았던,
저녁에 일행을 다시 만나 함께여서 또 좋았던,
오늘도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