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일에서 온 소년, 맥스(MAX)

by 드작 Mulgogi

CAMINO DE SANTIAGO

Trabadelo(트레발델로) ~ Fonfria(폰 프리아)

+25 Day / 2016.07.29

: 30.50km (Iphone record : 30.00km)




IMG_5216.JPG
IMG_5217.JPG
IMG_5218.JPG
IMG_5219.JPG
IMG_5220.JPG

리처드와 로라와 헤어진 후 잰걸음으로 라 파바(LA FAB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한 집에서 서너 살 된 꼬마 아이가 붕붕 자동차를 타려고 엄마 손을 잡고 나온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본다. 엉덩이를 쏙 뺀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던지. 아이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남겼다.

IMG_5221.JPG
IMG_5222.JPG

햇살이 산수유나무 열매를 알알이 무르익게 만들고 내 얼굴도 태양의 열기에 점점 무르익는 기분이다.

IMG_5223.JPG
IMG_5224.JPG
IMG_5225.JPG
IMG_5227.JPG
IMG_5228.JPG
IMG_5229.JPG

볕에 널어둔 빨래마저 정겨운 풍경이 된다. 소새끼(나는 소가 귀여워서 소새끼라 부르는데)가 졸린지 두 눈을 꾸벅거리는 갈리시아 지방의 산골 마을. 오늘은 고도가 높은 산길의 연속이었는데, 가속이 붙은 나는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올랐다. 마을의 정상 즈음에 바(Bar)에서 미셀과 마크를 다시 만났고, 반가운 마음에 가지고 있던 아몬드를 선물로 주었다.

IMG_5231.JPG
IMG_5232.JPG
IMG_5233.JPG
IMG_5234.JPG
IMG_5235.JPG
IMG_5236.JPG
IMG_5238.JPG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하고, 남쪽으론 포르투갈을 접하고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갈리시아 지방까지 왔다면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거의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눈에 봐도 순례길과 성인 야곱을 상징하는 조가비 문양의 이정표 앞에서 기념 셀카를 찍었다.

IMG_5239.JPG

이때의 나는 볕에 얼굴이 그을리긴 했지만 표정도 자연스럽고 건강하기(행복하기) 그지없다. 지금 한국에서 다시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심장이 뛰는 게 매일 느껴져 좋았는데. 사람이 숨만 쉰다고 다 살아있는 생생한 삶을 사는 게 아니듯. 심장이 뛰고 가슴 설레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 사진을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IMG_5240.JPG
IMG_5242.JPG
IMG_5243.JPG

산길을 한참을 오르다 보니 씩씩하게 걸어가는 소년이 눈에 띈다. 이 긴 여정을 설마! 혼자 온 거야? 보호자도 없이. 만약,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데 라며, 소년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년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해 보였지만, 말하는 모습은 순수 소년 그 자체. 독일에서 온 맥스(MAX)였다.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한다.

IMG_5245.JPG
IMG_5244.JPG

그럼 그렇지. 혼자 왔던 건 아니지? 맥스(MAX)에게 어쩌다 순례길에 오르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어서 엄마에게 제안을 했단다. 엄마는 처음엔 내켜하지 않다가, 그가 건넨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을 보고 결국 함께 걷게 되었다고. 엄마게 먼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고 제안한 이 소년, 뭔가 범상치 않다.


지금 기분은 어때?라고 물었다. 그는 순수한 소년다운 면모로 'HOT! 덥다고... ' 한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고, 풍경이 아름답다며 말을 이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덥긴 정말 더운 날씨다.


또다시 나는 맥스(MAX)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는 산티아고 풍경도 좋고 정말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데. 특히 이 곳 스페인 사람들이 유독 우호적이라 좋다고 했다. 물론, 행복하다고. 그와의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부엔 카미노(Buen Camino) 인사를 하고 각자의 길을 나섰다.

IMG_5247.JPG
IMG_5248.JPG
IMG_5249.JPG
IMG_5250.JPG
IMG_5251.JPG

맥스(MAX)와의 거운 대화를 뒤로 길을 것 보니 마을이 하나 나왔다.

더위와 잠에 취한 마을의 강아지와 잠시 인사를 하고 계속 걸어 나간다.

IMG_5252.JPG
IMG_5253.JPG
IMG_5254.JPG
IMG_5255.JPG
IMG_5256.JPG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느지막이 출발하기도 했지만 33km 거는 것으로 계획을 짰는데. 숙소까지 마지막 7km 구간을 남겨두고 있다. 순례자 메뉴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가려고 레스토랑에 들렀는데, 민찬과 민 채네 한국 가족을 다시 만났다. 굉장히 반가웠고 이 가족들은 이후 일정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폰 프리아에 5:30분에 도착했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폰 프리아 전 마을에서 머물까 했는데, 당일 예약 취소는 숙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길래, 점심을 급하게 먹고 다시 국도를 따라 열심히 걸었다. 오늘 머물 알베르게는 깨끗하고 직원(미구엘)들도 친절하고 좋다. 샤워하고 빨래 후 호텔 바르(BAR)에서 맥주 마시며 숙소와 남은 일정 정리를 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이 걸어서 고단한 하루지만,

오늘도 부엔 카미노(Buen Camino)!!

IMG_5257.JPG
IMG_5259.JPG
IMG_5260.JPG
IMG_5262.JPG
IMG_5267.JPG
IMG_5268.JPG
IMG_5270.JPG
IMG_5272.JPG
IMG_5274.JPG
IMG_5276.JPG
IMG_5278.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