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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세상, 소중한 ASMR 일상

by 드작 Mulgogi

CAMINO DE SANTIAGO

Fonfria(폰 프리아)~ Sarria(사리아)

+26 Day / 2016.07.30

: 27.70km (Iphone record : 30.50km)



오늘은 아침 먹고 느긋이 출발했는데,

출발 시간이 비슷했던 것인지 민채 & 민찬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되어 10km 구간을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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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라기엔 가녀려 보이기만 한 그녀. 선미 언니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언니는 특유의 차분하고도 친절한 얼굴과 목소리를 가졌다. 언니는 형부와 중국에서 만나서 결혼을 하고 민채와 민찬을 낳았는데, 이제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출발에 앞서 형부의 권유와 바람으로 가족끼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인생 선배로서 결혼과 인연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꽤 높은 고지대에 다다랐는데. 제주도 올레 1코스에 있는 말미오름이 연상된다.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없지만, 구름이 내려다 보이는 산 아래 전경이 아주 멋졌다. 감탄사를 자아내고 있자니, 형부가 자처하여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역광이었는지 사진이 영 어둡게 나와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한때, 가장 행복한 순간. 산티아고의 길을 걷던 때에 함께 하던 이와 추억 한 장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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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민채는 간이 창고로 추정되는 곳의 문을 열더니. 이내 무섭다며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드러냈다.

고새 정이 들었는지 부쩍 나를 잘 따르는 민채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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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 청각, 시각, 촉각 등을 이용하여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방법.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하늘은 푸르고 맑지. 시냇물은 졸졸 흐르지. 산속을 걷다 보면 산 새가 지저귀기도 한다.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길의 강아지마저 여유로운 모습의 산티아고의 길은 ASMR 그 자체다. 자, 잠시 ASMR 사진들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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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여름에 활짝 핀 분홍 꽃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며칠 전 창문으로 킁킁거리며 봄내음을 맡았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벚꽃 구경을 가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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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MAMEDE 마을에서 이제 5km만 더 걸으면, 오늘의 목적지인 사리아 Sarria에 도착한다. 사리아 Sarria에서 며칠간 따로 걸었던 일행 휘와 합류하기로 했다. 나보다 하루 정도 빠른 일정으로 걷던 그가 다리를 다쳐 천천히 걷게 된 까닭인데. 며칠 만에 만나는 것이니 반가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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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리아 Sarria에 도착했다. 메이요라는 알베르게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4 베드 도미토리에는 독일인 남자 둘이 있었는데, 휘와 나는 그들이 동성애자 같다고 추측했다. 둘이 굉장히 다정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 샤워 후 필그림 메뉴인 햄버거를 먹고 성당에 가서 순례자 스탬프를 받고, 저녁 미사를 드렸다. 성당에서 안내를 해주는 남자의 인상이 매우 좋았다.


순례길 동안 적은 아주 짧은 메모와 사진들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3년이 지나 거의 4년이 다 되어가지만. 메모와 사진을 보면 어느새 그때의 기억으로 되돌아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메모와 사진을 항상 찍어두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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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친 후 마을을 산책했다. 마을 중간에 강 흐르고 슬랩스틱 코미디 하는 사람이 보였다.

사리아 Sarria는 바 Bar 노천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술과 수다를 즐기는 여유로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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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뜻하지 않은 손님. COVID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안에만 갇혀 지낸다. 이렇게 2016년과 2020년을 넘나들으며 소중한 건 바로 평범한 일상이다. 그리고 ASMR 그 자체인 산티아고의 길이 몹시 그립다. 스페인도 코로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져서 걱정이다. 꼭,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다시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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