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왔던 내 안의 슬픔이 쏟아져 나왔다.
차곡차곡 잘 담아두었다고 생각하고 지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마주하기 싫었던 나의 치부였을까
오랜만이야.
시작하는 톡은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뒤이어 보이는 카톡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을 준비하고 있어.
근육육종암이래. 병명도 생소하다.
근육에 암이 자라났나 봐.
빠른 속도와, 이유도 없고 이게 특징이래.
월요일에 갑작스레 입원하고 다음 주 화요일 수술날짜 잡혔어.
잘하고 올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
담담하게 쓰인 그녀의 톡을 보며 절로 눈물이 떨어졌다.
내 안에 잘 담아놓았던 기억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진아 엄마 암 이래. 지금 검사 중이야....
걱정하지 말고...
멀리 있던 큰딸에게
덤덤한 척 전화를 했지만 두려움이 묻어난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8년 전의 일이었지만 엄마의 목소리와 전화받던 내 모습
그때 방안의 적막함은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엄마손을 잡아줄걸
엄마와 부둥켜안고 한바탕 울기라도 할걸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
여보세요.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목에 힘을 주어 말해본다.
그런 나와는 달리 본인의 병을 이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의 증상과 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23년 5월 마지막날
매일 새벽 온라인 Zoom에서 봐오던 그녀를 직접 만난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당차고 씩씩한 그녀
처음 만나는 그녀였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돌적이고 주저함이 없었던 그녀는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나와는 다른 그녀를 그래서 좋아했는지 모른다.
괜찮아?
씩씩했던 그녀도 이 한마디엔 마음을 숨길수가 없었나 보다.
무섭겠지
두렵겠지
막막하겠지
그 순간 그녀가 무척 보고 싶어졌다.
오지 말라는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러 가야겠다.
또다시 후회하지 않게 말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높고 새파란 가을하늘 보기가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