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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진 Apr 28. 2024

순천

 순천은 아빠고향인데 자주 가보지는 못했다. 투박한 순천 벼락바구에서 태어나 주먹을 잘쓴다던데 아빠는 글을 더 잘 쓰셨다. 더욱이 한시로...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써오라고 하면 시조를 읊어 내셨으니 내가 이화여고시절 문예반이었던 이유와 대학시절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것도 그 영향이었나보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맞는 말인가 싶다. 10여년의 아빠 투병생활 중 호스피스에 가라던 의사샘의 말을 뒤로하고 온가족이 고향을 찾았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빠가 배달가실 때 쓰던 큰 차는 오랜 시간이 지나자 녹이 슬고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서 언니의 결혼으로 가족이 늘어난 우리는 제일 큰 차를 빌려서 순천과 여수엑스포를 갔다. 희미하게 베어나오던 미소. 

자식을 연년생으로 넷이나 키우니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프니 쉬는 삶..그러니 딩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사남매를 거두느라 힘드신 모습을 너무 오랫동안 봐서 그런지 난 많은 것을 혼자 감내했지만 그런만큼 독립적이 되었고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빠는 특히 시간을 중요시 하셨는데 그 습관이 나에게도 온전히 베었다. 개인과외교사를 10여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연년생인 나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친구보다 빨리 씻었디. 화장실이 2개지만 6명의 대가족과 연년생이라 같은 등교시간 덕이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의 느낌, 감정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더 또렷히 기억에 남는다.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보다 그때 아빠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건강상태였는지가 더 오롯히 기억나니 말이다. 그래서 난 건강할 때 여행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건강을 되찾고 여행기를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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