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진 Apr 26. 2024

이집트 ; 최악과 최고 사이

스트레스 수치 최고조의 현대사회에서는 어쩌면 반미쳐야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서 그런지 며칠전 대학병원에서의 스트레스 지수는 다이아몬드가 나왔다. 여행은 그런 삶을 만드는 내 원동력이다. 그래도 사과나무는 할 건 다 하고 살아서 공부를 할 때는 또 미친 듯이 한다. 실은 재미있다.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고 여행계획짜기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리하는 것까지 시간을 내기는 힘들었다. 또 다음 여행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돈을 벌어야 하니깐 그러면서 접하는 여행 정보들..

드디어 나에게 십여년만에 개방되는 이집트는 당장 짐을 싸고 떠나야하는 곳이었다. 모객이 될지 두근반 세근반 가슴은 쿵쾅댔지만 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고대하던 이집트... 이집트역사는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필수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조금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임팩트는 대단해서 중학교 미술시간에 동판화를 이집트 신화로 했던 기억이 난다. 뱅스타일의 앞머리에 꽂히고 난 지금도 그 머리스타일이다. 이렇게 자른다고 너가 클레오파트라라며 놀리는 둘째언니도 이제 곁에 없고 이집트 신화는 내 가슴속에 아직도 자리잡고 있다. 최악과 최고의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이집트 애증의 이집트지만 난 다시 이집트를 얼마든지 다시 갈 용의가 있다. 

지금 추억하면서도 입이 찢어진다. 좋다. 더워서 더 좋다. 난 추운게 제일 싫어서 그런지 더운 이집트의 날씨도 너무 부럽다. 어제 나에게 첫눈이 처음 내렸는데 눈도 좋긴 하지만 추워서 난 더운 날씨를 심지어 사랑한다. 

이집트에서 보았던 피라미드의 전율과 책에서도 알 수 없었던 그 내부관람은 정말 가슴벅찼다. 피라미드 내부를 정확히 묘사한 책은 본 적이 없는데 독자들을 위해 수수께끼로 남겨놔야할지 고민이 된다. 저에게 따로 피드백을 주시면 알려드려야 하나 싶다. 너무 다 오픈하면 그 설렘이나 신기함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염려도 되면서 말이다. 피라미드는 많은 이들의 시크릿한 부분이니말이다. 

도굴꾼들의 도굴이 무서워 깊숙이 숨겨둔 왕조의 역사에 접할 때마다 그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회상하는 지금도 소름이 돋아 곁에 둔 따듯한 라떼를 안아버렸다. 다시 돌이켜 볼 수 있다는 환희!

이집트 정부가 돈이 없을 때만 개방한다는 여왕무덤은 다른 무덤과 다르게 채색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 중국의 진시왕릉도 원래는 채색이 되어 있었는데 발견되어 그 곳은 열었을 때 공기와 맞닿아 산화되어서 잿빛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집트 무덤은 열었을 때 산화도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미스테리라고 한다. 역시 이집트는 미스테리로 인간의 호기심과 닿아 있었다. 그런데 왠지 해결되지 않는 그 무엇가가 있어서 다시금 찾는 곳이 되지 않을 까 싶다. 

시장내에서 마차도 타보았는데 마부가 있다니 신데렐라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우리만 젊은 마부였는데 좀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벨라벨라” 라는 소리도 들어 봤지만 야한 동영상을 마부가 주어서 좀 불쾌했지만 이것은 이집트에서 느낀 불쾌의 서막에 불과했다. 최고를 말했으니 이제 최악 차례인가? 부자가 망해도 삼년은 간다는데 이집트의 찬란한 고대왕조들은 사라지고 내전에 휩싸인 역사 안에서 이집트인은 내동댕이쳐졌다. 예전에 커피숍할 때 뉴스위크잡지에서 이집트 내전으로 몇 백년간 명맥을 유지하던 커피숍도 문을 닫아서 대서특필되었는데 이집트는 물려주신 훌륭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문제들이 계속 생겨서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모든 것이 후퇴되거나 제자리여서 관광지에서 쉴새없이 호객행위를 하고 사기를 치고 불성실한 태도마저 보인다. 심지어 카이로 공항에서 삐딱하게 서서 주문을 받는 스타벅스 직원은 원래보다 돈도 많이 받길래 물어보니 그렇게 줘야한단다. 이런 억지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색을 바라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타구니까지 뒤졌던 문화재 수색은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일강의 아름다운 야경과 대비되는 마지막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요르단 난 다행히 좋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