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진 Apr 28. 2024

여수밤바다

여수밤바다 노래를 들으면서 여수를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코로나가 시작되어서 외국에 못나갔을 때 한국을 돌았다. 예전에 바가지를 너무 당해서 한국여행을 포기했었는데 말이다. 작년에 여수만 3번을 갔다. 자꾸 나를 부르는 여수, 아담한 크기에 처음에 놀랐지만 너무 좋았다. 소도시를 좋아해서이다. 

나의 첫 번째 여수는 발리에서나 볼 수 있는 플로팅 조식 때문에 시작되었다. 예전에 발리를 무려 일등석을 끊었는데 지진 때문에 못간 적이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취소를 했어야 했다. 자연재해는 정말 숨은 악재이다. 이란을 예약했을 때도 세계정세의 영향으로 취소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다행히 시사를 좋아해서 잘 알고 있어서 위기를 모면했지만 여행사도 모른다. 결국 내가 다 알아봐야하고 크로스 체크를 해야한다. 

내가 시간이 되어도 여러 가지 상황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플로팅조식을 잊고 있을 때쯤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조트를 예약하고 처음 풀빌라를 가는 것이어서 어떤 식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호텔보다 풀빌라를 많이 가는 것 같았다. 프라이빗하고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니 편했지만 온수가격이 수영장에서 붙는 것은 아직 받아드리기가 어려웠다. 늘 싱글차지가 아깝고 조카들 경험을 위해서 풀빌라는 인원수 제한도 그닥 빡빡하지 않아서 같이 갔다. 어린 조카들을 기차를 태워서(난 무서워서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버스를 타고 리조트로 갔다. 택시비를 지원해주었지만 버스로 가는 것을 선호해서 그냥 버스를 탔다. 조카들과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들도 나왔다. 여수버스는 미성년자는 100원이라는 놀라움@@ 더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라는 의미같다. 한창 성장할 때 집안에만 있는 것은 조금 아쉽다. 커서 우리나라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니 결국은 일에서 쳇바퀴 도는 삶을 살텐데 어렸을 때, 기회가 되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풀빌라에서 체크인을 하고 예쁜 예술작품도 보았다. 풀빌라라기보다는 아트센터였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웃기게 바이올린이 붙어 있는 강아지 옷이었다. 옷에 관심이 많지만 바이올린이 붙어있는 옷이라니 웃음이 빵터졌다. 상상만 해도 귀여웠다.

 사진을 찍으면서 입장하고 수영부터 했다. 빡빡한 일정이 이미 짜있었다. 난 이런 것을 좋아한다. 한시라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3층짜리 풀빌라는 1층 주방, 2층 침실, 3층이 수영장이었는데 물 때문에 조카들이 위험해보이고 은근 다리가 아파서 나중에 집을 지을 때 단층으로 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수영은 그닥 관심이 없고 야경보면서 차한잔 하고 싶었는데 조카들과 간 이상 수발을 들어야했다. 

‘아 이래서 큰언니가 조카들이랑 안가는 구나.’ 했다. 2명이랑 가서 그런지 챙길 것이 너무 많았다. 난 그냥 시녀였다. 우아한 차보다 저녁에 시켜먹은 치킨이 그렇게 맛났다. 아이들을 챙기니 엄청 배가 고팠나부다. 

월컴 드링크였던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물어보니 안파는 와인이란다. 너무 아쉽다. 나 술 별로 안좋아하는데 꼭 안파는 게 맛있어서 아쉬웠다. 

다음날 여수 근처로 택시를 타고 놀러갔다. 조카들은 학교를 가야해서 먼저 가야하기 때문에 우선 다른 호텔에 짐을 맡기고 월컴드링크를 먹고 여수 시내에 갔다. 아이들이 마라탕을 먹고 싶어해서 갔으나 문을 닫아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햄버거를 먹어서 아쉬웠다. 문을 다 늦게 열어서 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특산물에 회의적이니 어떻게 보면 잘한 일이다. 지난 번에 먹은 여수바게뜨를 먹고 싶은데 동선이 안맞았다. 근데 그 바게뜨가 좀 짜긴 했다. 

 여행가서 그 도시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되도록 취향을 고려해 고르는 편인데 말이다. 햄버거를 먹고 차도 마시고 바닷가를 걷는데 해양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조카말에 알아보니 아직 문을 안열었다. 이런, 그래도 오늘 아침에 요트를 타고 와서 다행이긴한데 조카는 익스트림한 것을 나와 다르게 원했다. 벌써 점심인데 문을 안여니 동네분위기인가보다. 

역까지 조카들을 데려다 주고 용돈을 줘서 보냈다. 역시 또 기차안에서 주전부리 먹는 재미가 있으니 말이다. 10킬로를 뺀 지금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즐거움과 건강은 공존하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여수여행부터 적었지만 나에게 두 번째, 첫 번째 여수여행도 뜻깊었다. 

두 번째 여행은 내가 네일아트를 너무 좋아해서 네일아트를 떠난 여행에서의 경유지였다. 부산이 최종 종착지여서 동선을 엮어서 여행하는 시간여행자인 나는 여수를 묶었다. 다음에 가면 호스텔이나 홈스테이도 해보고 싶지만 처음에는 여느 여행객처럼 리조트와 호텔을 잡았다. 그때는 혼자 갑자기 간 여행이라 리조트에서 5시간만 자서 너무 아쉬웠다. 다음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에 나가서 넘 아쉬웠다. 시간과 돈과 여유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중이다. 

 그래도 온갖 장비를 다 챙겨가서 할로윈이라 여러 가지 물품도 사고 수영복에 음식까지 혼자간 여행이지만 다채로웠다. 다른 여수 리조트에서도 묵었지만 다리를 다쳐서 물에는 들어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지난번에 다리를 2번이나 다쳐서 난 운명처럼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더 늦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 문예반이었고 대학교도 국어국문학과 공부를 했는데 그 감을 잃지 않은 모양이다. 학생들을 10여년간 가르친 것도 나의 감각을 깨워주었다. 

리조트에서 2박을 하고 부산으로 갔다. 예전에 커피숍했을 때 동생이 아직 공부를 해서 그나마 만날 수가 있었다. 고시 공부는 어려운 것, 고난의 길이지만 자기가 행복하다면 됐다. 난 티오가 없어져서 2년만 하고 접었지만 그 마음을 깊이 헤아린다. 동생이 소개해준 밥집도 가고 커피숍도 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너무 반가워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공부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맘이 아팠다. 

그래도 내가 온다고 사전조사를 다하고 공부하는 중에 어려운 시간을 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준비해간 선물도 주고 기쁜 시간을 보냈다. 커피숍했을 때도 밤새 이야기하고 한양대근처를 같이 배회했는데 지금은 부산이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난 명품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값어치는 대단했다. 비오는 날 갑자기 끊어진 샌들덕에 본가는 좀 멀고 해서 동생에게 이야기했을 때 주저없이 나를 부축해주어서 고마웠고 내 심정을 헤아려주어서도 고마웠다. 나와 가치관이 맞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실은 부산에 네일아트를 하러 간 것도 있지만 동생을 만나고 싶다는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시간을 빼앗으면 부담스러울 까봐. 

그리고 갔던 네일아트는 불쾌했다. 아무리 디자인을 잘한다고 해도 다시는 가지 않을 듯... 아까 본 영상에서 비제이 랄랄도 겪었다는 불친절함, 다시는 가지 않을 곳의 데스노트에 적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측은지심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시간의 역순으로 첫 번째 여수는 목사님과의 여행이었다. 여수가 너무 가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가주신 목사님~ 감사하다. 기타까지 가지고 오신 낭만이 있었지만 선곡은 영~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이가 어리지 않으시니 여수밤바다를 소주한잔과 함께 즐길 수 있었고 아담한 여수에 놀랐다. 너무 비싸다고 해서 내가 샀지만 먼길 운전해주셔서 감사했다. 운동화를 잘 신어보지 못했다고 하자. 선물도 주시고 주변에 감사한 분이 많아서 행복한 인생이다. 

 그리고 하멜 전시관이 그렇게 가고 싶었는데 역시 월요일은 공공기관은 쉰다. 가지 못했고 다음번에 꼭 가야지 하면서 생각해서 하멜전시관을 보러 여수에 3번이나 갔나보다. 여수 삼합도 먹어보지 못해서 여수를 다시 한번 갈 이유가 생겼다. 하나의 이유로 출발해서 하나씩 그 여행이 좋으면 또하나의 이유가 추가되는 것 같다. 

이순신거리에서의 거북선도 애국정신을 일깨워주었다. 예전에 읽었던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는 일한 것만 써있어서 좀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사명감에 사로 잡히셔서 그런 듯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 즐기셨으면 싶다. 

이전 08화 남해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