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독일 사람들
독일에서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넘어가야 해서 서둘러 움직였다. 며칠간 묵었던 호텔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침대에 팁을 남겨둔 채 나왔다. 마지막날까지 호텔직원은 여전히 친절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프랑스로 국경을 넘어갈 때도 느꼈던 점이지만 비행기가 아닌 다른 대중교통으로 다른 나라를 넘어갈 수 있는 발전된 현대의 사회는 여전히 놀랍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나는 DB어플로 미리비엔나행 티켓을 예매해 놓았었다.(혹시 몰라 한국에 있을 때부터 준비해 놓았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내가
가려는 시간의 비엔나행 열차가 없어졌다는 메일을 줄곧 받았었기에 비엔나로 떠나기 전 뮌헨중앙역의 DB 매표소로 찾아가 이를 해결해야 했다. 직원에게 티켓 바우처를 보여주었더니 비엔나행 열차 출발지가 뮌헨 중앙역에서 뮌헨 동역(OST)으로 바뀌어 있었다.(하마터면 오스트리아를 못 갈 뻔했다.) 간혹 DB측에서 열차변경에 대한 메일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온라인상의 메일로 컨텍하는 것 보단 DB매표소의 직원과 직접 대화하고 해결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한다.(결국 열차 강국인 독일도 이런 실수를 종종 범한다.)
동역은 초행길이었기에 꼼꼼하게 지하철 타는 경로를 미리 서치해 놓았었다. 하지만 동역에서 어쩔 수 없이 길을 헤맸고, 나는 여러 번의 도움을 받았다. 혼자 하는 여행은 늘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중앙역 계단에서 아침 음주를 하던 한 독일 남자는(사실 무섭게 보여서 눈도 못 마주쳤었는데) 내가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캐리어를 계단 아래까지 들어주었고, 동역 부근에서 길을 알려주던
젊은 연인은 본인들이 타야 할 지하철을 놓쳐가면서까지 내가 가야 할 길을 친절히도 알려주었다. 길을 다 알려준 후에는 본인들의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나에게 최고의 하루를 보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말없이 떠나갔다.
마지막 날까지 강한 인상을 남겨준 독일 사람들. 여행하면서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귀한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나의 곁을 지켜주고 함께해 주었다. 나에게 최고의 하루를 보내라고 말해준 연인들에게기차에서 마음속으로 혼자 되뇌었다. 그리고 이 말이 멀리서나마 그들에게 닿기를 바랐다.
‘이미 당신들을 만난 하루가 나에겐 최고의 하루였다.’